매일 그대와...

추석 연휴..

여디디아 2007. 9. 28. 13:27

 

 

원하든 원하지 않든,  추석은 비켜갈 수 없는 모양새로 다가왔다.
맏며느리라는 이름으로 추석 한달전부터 이 궁리 저 궁리로  머리를 굴리다보니 어느새 명절증후군이 찾아와 일주일을 앞둔 날부터 알 수 없는 감기몸살(?)이 찾아들어 무기력하게 했다.

그렇다고 피할 수 없는 것이 명절이요, 추석이다.
몸과 마음을 추스려 이불세탁부터 시작하여 송편을 준비하기까지 혼자서 조용히 해결을 했다. 물론 동생이 와서 전을 부쳐주고 주현이가 꼬치를 도와주기도 했다.


추석날 아침, 곱게 상까지 본 후 남편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데 시부모님과 시동생과 동서, 작은 아버님과 작은집 서방님과 동서와 조카들까지 한꺼번에 몰려 들었다.
차례를 지내고 기름지게 차려진 음식을 먹으며 명절의 기분을 맛보며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오전을 보내고 각자의 친정을 향하여 돌아간 자리는 다시 제자리를 찾아야 할 그릇들만이 수북하게 쌓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잔설겆이를 끝내고 쓰레기와 큰그릇들은 남편에게 맡긴채 만보계를 꺼내고 MP3를 귀에 꽂은채로 집을 나섰다.
생각같아선 며칠간 이 집에서 떠나고 싶지만.. 갈데가 없으니..^^*
 
곁에 있는 동생을 불러 뒷산을 오르고 다시 큰길을 건너 마석근린공원을 돌았다.
추석날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나와 밤을 따고 팔을 흔들며 걷느라 열심이다.
공원을 걸어나와 조용한 마석시내를 걸으며 커피 한잔씩을 마시며 다리쉼도 하며 걷는 즐거움을 나누는 재미도 쏠쏠하다.
집에 돌아와 만보계를 보니 정확히 10,001보이다. 야호^^*
 
연휴 마지막인 추석 다음날,
영화라도 보러가자고 했지만 경춘국도를 막고 있는 차량들의 행렬을 보니 같이 동참하기가 민망스럽다.
텔레비젼앞에서 채널을 돌리는 세 남자들을 두고 다시 동생과 걷기로 했다.
뒷산에 오르니 어제보다 여유있는 사람들이 막걸리를 마시기도 하고 밤을 줍기도 하고 밤나무를 흔들기도 한다. 앞에 떨어진 알밤을 외면하지 못하고 주머니에 넣다보니 어느새 주머니가 불룩하다.
한바퀴를 돌고 집으로 오니 8,400보가 만보계에 찍혔다.
 
이번 추석엔 걷기로 인하여 기름기를 걷어냈다.
직장생활로 피곤에 찌든 몸과 마음을 방안에서 뒹굴며 오랫만에 찾아온 자유를 누리고도 싶었지만 유혹을 물리치고 날마다 걸을 수 있었으니 내 의지가 더욱 대견하게 여겨진다. 
걷고난 후에 느끼는 해냈다는 성취감..
추석음식의 기름끼가 살로 가지 않고 땀으로 배출되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흐뭇한지..
 
추석 잘 보내셨지요?
어느때 보다 많이 걸은 추석이라 더욱 기분좋은 명절이었습니다.
 
  **걷기 도중에 커피를 마시는 우리를 보고 어느 분이 말씀하신다.
     "운동하신 후에 커피 마시면 말짱 헛것이예요. 살이 빠지지 않습니다"라고..
     동생과 저는 순간 갈등을 했지만 결론을 내렸습니다.
     "우리가 미스코리아 나갈 것도 아니고 커피 한잔의 여유와 즐거움도 버리면서까지 운동하진 말자.
      자판기 커피의 매력과 운동하며 둘이서 즐기는 커피 향의 즐거움이 얼마나 커다란 행복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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