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인가.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날씨는 기어코 이불 한자락을 끌어당기게 하더니
비가 내리는 새벽녁엔 다시 이불속에서 몸을 감아 하잘것 없는 육신의 연약함을 실감케 한다.
여름부터 피어있던 코스모스가 유난을 떨어가며 고운 자태를 가을바람에 드러내 놓고 지나는 바람을 희롱하고 넘나드는 잠자리를 유혹하고 있다.
역시 코스모스는 가을바람이 부는 날에 피어야 더 아름답고 빛이 난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제 자리를 찾을줄 알아야 한다.
있어야 할 그곳에, 자신만이 가진 모양과 빛깔과 향기를 품은채 묵묵한 모습으로 있어야 한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알고 내가 지녀야 할 향기를 잃지 않음이 결코 쉽지 않기에 그만치 어렵고 아름다운지도 모르겠다.
며칠전 어느 분이 그렇게 말했다.
'자식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 아니라 보내신 손님이다'라고..
23년을 두 아들을 키우며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라 여기며 살아온 내게 그 말은 충격이었으며 또다른 깨달음이었다.
하나님이 내게 주신 선물이라 생각했을 때,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내게 진정한 기쁨이 무엇인지, 슬픔이 무엇인지를 알게 하시며 자녀로 하여금 충만한 기쁨을 누리게 하시려는 마음인줄 알았다.
당연히 내 마음에 들게 포장하려 애썼고 내 욕심에 맞게 꾸미려고 애썼다.
내가 의도한대로 되지 않았을 때 과감하게 욕을 하고 매를 들고 미워하고 분노했음을 말할 것도 없다. 하나님이 내게 맡긴 자녀라기 보다는 선물로만 생각했기에 말이다.
그런데 하나님이 보내신 손님이라는 말은 그런 나를 반성하게 하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돌아보게 했다. 선물이 아니고 손님으로 생각했으면 두 아들을 좀 더 존중하고 내 마음에 맞는 포장지를 사용하지 않고 내 욕심에 맞는 크기로 감싸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작은아들 세현이,
20년을 나와 함께 살아오면서 내 마음을 한번도 아프게 하지 않고, 오히려 엄마의 마음을 상하게 할까봐 조심하는 귀한 아이,
힘든 고3 생활에도 힘들게 일하는 엄마를 생각했노라 하던 아이,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착한 심성을 가진 아이,
그런 세현일 생각만 해도 마음에 충만한 기쁨이 차오른다.
세현이네 학교가 죽전으로 이사를 해 떠들썩하다.
학교에서 돌아와 고2되는 동생을 가르치고 평내에 있는 학원으로 가서 고등학생과 중학생들의 수학을 가르치며 스스로 용돈을 해결한다.
학원에 간다는 이유로 틈만 나면 능금색의 마티즈를 타고 다니는 바람에 차가 쉴 시간이 없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휘발유는 늘 10,000원어치를 넣는 짠돌이다. ^^*
그런 세현이지만 주일날 중등부 자기반 아이들 데리고 베스킨라빈스에 가서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떡볶기도 사주며 학생들을 보살피는 모습을 보면 또 얼마나 기특한지.
사랑하는 아들 세현이가 늘 지금처럼 선한 웃음을 웃을 줄 알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돈독하며 학생들에게도 자상한 선생님이 되어주면 좋겠다.
교사의 꿈을 가진 세현이가 꿈을 이루기 위하여 노력하며 무엇보다 하나님앞에서 반듯하게 설 수 있기를 기도한다.
청년의 때에 담겨진 끼를 마음껏 발휘하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세현일 보며 이루지 못했던 나의 꿈을 담아보기도 하고 지나간 내 젊음을 반추해 보기도 한다.
자식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 아니고 하나님이 보내신 손님임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