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똘망거리고, 달리기를 잘하고, 심부름을 잘하고, 밖에서의 놀기를 좋아해서 늘 새카맣게 그을린 얼굴,
눈웃음을 잘쳐서 주위사람들로 부터 귀엽다는 말을 자주 듣곤 했던 아들,
엄마를 대신해 밥도 하고 설겆이도 마다하지 않았던 아들,
어느새 군대를 다녀와 복학생이 되고, 방학이면 알바를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맡겨진 일에는 최선을 다함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 애쓰는 아들.. 주현이.
자식은 내 품안에 있을 때에 내 자식이라고 했나..
하긴 아들은 육촌시동생만도 못하고,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라고도 하고..
일 잘하면 나라자식, 돈 잘벌면 처가 자식, 병신은 내 자식..
자식은 내가 평생토록 A/S해야 할 의무를 가졌다고 하던가..
주현이가 성장할수록(이젠 자랄수록 이란 말도 못쓰겠다) 내 의지대로 할 수 없음을 느끼고 어느순간부터 점점 멀어지고 어려워짐을 느낀다.
나 스스로 어느만치의 거리를 갖기 위해 애쓰기도 하고, 조금씩 떼어놓는 연습을 하기도 하는 나를 발견한다.
성격이 나를 닮은걸 인정해야겠다.
정이 많아서 어려운 사람을 외면하지 못하고 사소로운 이야기를 엄마인 내게 쏟아내고, 친구와의 이야기, 일터에서의 이야기, 학교에서의 이야기 등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 친구같은 사이이기도 하다.
지난번 엄마가 오셨을 때는 알바를 한 돈으로 엄마에게 십만원이란 용돈을 선뜻 드리기도 할만치 속이 깊기도 하다.
그러나 한번 욱~~하는 성질이 나오면 물불을 가리지 못하고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 다혈질의 성질인 내가 가지고 있는 나쁜 점을 쏙~~ 빼어 닮았다.
어쩌면 인격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이유 때문이리라.
며칠전, 나를 태우기 위해 회사앞으로 왔고 한참을 기다리다가 내가 차에 오르자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이 아닌가, 물론 당황하고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길에서 차를 세우고 나보고 먼저 가라기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와버렸다. 집에 돌아와 이튿날까지 말도 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자식이 부모에게 화를 내고 두 눈을 부릅뜨고 덤볐다는 사실이 나를 비참하게 만든건 물론이다.
정말 자식교육을 잘못했구나.. 자책감이 엄습했다.
다음날 저녁,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식탁위에 꽃다발이 어여쁘게 놓였다. 꽃다발 그림이 그려진 카드 한장과 함께..
'엄마, 미안해, 잘못했어요, 낮에 일하는데서 좋지 않은 일이 있는데 엄마 기다리다가 욱~~해서 나도모르게 그랬어. 화풀어'라는 메모와 함께..
참, 그놈의 자식이 뭔지.
도저히 풀수가 없었지만 아니 풀기가 싫었지만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화해의 몸짓을 내미는 아들에게 엄마가 꽁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뭣하고, 용서를 빌때에 받아줘야 할 필요를 느껴 받아주었다.
부모노릇은 참으로 힘겹다. 적어도 내겐..
이제 내일이면 학교와 자취방이 기다리는 대전으로 간다.
한달동안 알바를 한 돈을 밑천으로 3박5일간의 태국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며 점심을 먹자고 불러내더니 점심시간동안 여행이야기를 줄줄이 쏟아내느라 정신이 없다.
많이 보고 많이 배우고 많이 깨달았으면..
무엇보다 사람을 존중하며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깨달았으면 싶고,
우리를 창조하시고 우리를 이끄시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아들이기를 바래본다.
주현이가 준비한 꽃과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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