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더이상 콘텐츠를 노출 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가 내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온다면 나는 어떻게 대답을 할까?
숫자가 깨알같이 많은 통장의 잔액과 그림같은 집과 건강한 가족과 남편의 사업의 발전...
그렇게 말할까?
물론 그것도 한 종류의 대답이 될 수 있고 나의 간절한 바램이기도 하다.
나는 욕심이 많다.
물질에 대한 욕심도 있고 삶에 대한 욕심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 자신에 대한 욕심이 가장 크다.
누군가 그렇게 물어온다면.. 지금의 내게 그런 물음을 물어온다면..대답하리라.
'가고 싶은 곳에 언제든 훌쩍 떠날 수 있는 시간과 경제력과 자유함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15년동안 같은 직장에서 같은 동료들과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은
은근과 끈기가 필요하고, 장성한 두 아들의 가난한 지갑이 요구하고
불길처럼 번져나지 못하는 남편의 사업이 이유이기도 하다는 것을 어쩌랴..
자기의 일이 있다는 감사함보다는 어쩔수 없는 생활에 이끌려감이
15년 직장생활의 더 큰 이유임을 어쩌랴...
회사가 어려운 이유로 이미 7-8년전에 휴가비는 끊어지고
월급도 동결된 세월, 이해를 하다가 포기를 하다가 이제는 단념을 한채로 지나온 날들인데
어쩐지 이번 휴가에는 허전함과 이름모를 배반감과 형체없는 분노가
댓잎이 서걱거리는 소리처럼 내 마음을 서걱거리게 한다.
일상을 벗어버리고 홀연히 떠나 대나무숲에다 나를 던지고 싶어
남편과 함께 담양으로 향했다.
전날밤에 준비한 돼지갈비와 남편이 좋아하는 오이지를 썰어담고 김치와 뱅어포를 조금씩 담은
반찬통 아래로 팥과 찹쌀이 반반씩인 찰밥을 담은채로 이른새벽에 담양을 향해 출발했다.
먼길이지만 마티즈를 타고 출발한 탓으로 음성에서 담양까지 내가 운전을 했다.
산을 뚫어 만들어 놓은 고속도로는 막힌 숨통을 트이게 했고
펼쳐지는 들판과 푸르른 산들은 자연속으로 들어가는 나를 반기는 듯 하다.
여산휴게소에 들러 가져온 도시락을 먹으니 곳곳에 도시락을 펼쳐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는
부부들이 눈에 띈다.
알뜰함이 아니고 여유로움을 느끼는 이들임을 잘 안다. 내가 그러하거늘..
죽녹원과 대나무 테마공원엘 들러 대나무향기에 취하고 송림욕에 취하며
맨발인채로 황톳길을 오래도록 걸으니 더위는 잊어지고 나른한 행복함이 나를 감싼다.
나를 에워싼 모든 것들에게서 벗어나 오로지 나만을 느껴보는 이 여유로움이 얼마만인지.
더 많이, 더 멀리 걷고싶은 마음이 대나무 키만큼 높다랗지만
다리가 아프다며 채근하는 신랑을 이유로 만족할만치 걷지 못함이 못내 아쉽다.
곳곳에 걸린 시를 담은 액자,
발걸음을 멈추고 詩를 감상하자니 별천지에 닿아있는 기분이다.
오늘따라 광주는 35도를 가르키는 찜통의 날씨란다.
주어진 자유는 더위도 잊게 하고 이웃도 잊게 하고 친구마져 잊게 한다.
대나무숲에서 주현이의 전화가 아니었다면 자식도 잊게 할 만치 자유는 좋기만 하다.
'매일 그대와...' 카테고리의 다른 글
3남전도회야유회 (0) | 2007.08.13 |
---|---|
제3남전도회 야유회 (0) | 2007.08.13 |
여름휴가(가족들) (0) | 2007.08.06 |
나는 사랑의 힘을 믿는다 (0) | 2007.07.31 |
대통령은 아무나.. (0) | 2007.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