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대와...

된장녀

여디디아 2007. 10. 25. 11:12

사장님이 외국 출장중에 사다주신 진주목걸이

 

오마 샤리프 정품 핸드백 - 129,000원(sale 37,000원)

 

                            프리페에서 산 구두 - 118,000원

 

                            5-6년전 사장님이 주신 "끌리오" 앙상블

 

대학생이 된 후로 공부하는 모습보다는 친구들 만나는 시간이 많아졌고, 알바를 이유로 학원으로, 과외로 정신이 없어하는 세현이가 시험기간이 되어서야 제대로 얼굴을 볼 수 있으려나 했더니 학교에서 집이 멀기 때문에 건국대 앞에서 자취하는 재홍이와 잠을 잘때가 가끔있다.

모처럼 세현이와 저녁식사를 하고 나는 수요예배를 위해 교회로, 세현인 건국대로 가기 위해 호평동에 있는 진미칼국수집으로 향했다.

남편의 거래처이기도 하고 칼국수 맛이 칼칼하며 직접 홍두깨로 밀어서 만들기 때문에 면발이 쫄깃하고 맛이 있어서 가끔 들리기도 하는 곳이다.

세현이와 칼국수집에서 칼만두(칼국수속에 만두 세개가 들었다)를 주문하고 서로가 반가운 듯이 마주하며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었다.

주일날 중등부 교사회의에서 잠시 만나고 집에서 잠자는 모습을 스치듯 보는 사이라 식사를 같이 할 수 있음이 몹시도 반가워서 나도 모르게 흥분하는 분위기인데 갑자기 세현이가 핸드백을 보더니 묻는다.

"엄마 이거 오마 샤리프거야??"

추석이 지나고 인터넷에서 세일하는 것을 하나 구입했던 것이다.

"그럼, 오마샤리프 정품이지, 129,000원이야".

"엄마 목걸이는 뭐야?"

작년에 사장님이 외국 출장길에 사다 주신 진주 밥풀떼기목걸이다.

"진주, 사장님이 사다주신거야".

그러고 끝인줄 알았는데 문득 이 녀석이 식~~ 웃으며 한다는 소리..

 왈, 

"아이구, 우리엄마 된장녀 다 되셨군.. 신발은 닥스에다 백은 오마샤리프에다 옷은 끌리오에...."

"........."

 

 

지난 추석에 교회에서 모 청년이 닥스 신발을 선물했다.

친구편에 싸게 살 수 있었다고 하며.. 언감생심 꿈도 못꾸는 제품이 아닌가.

그렇잖아도 올 가을엔 마음에 드는 구두를 한켤레 살려고 별렀었는데, 막상 구두를 선물 받고보니 바지 입을 때는 신기가 아까운 생각에 며칠전 이마트에서 바지용 신발을 한켤레 샀다. 

그러고보니 내가 입는 옷이 모두가 명품이다.

좋다,

명품을 걸치고 다니니 좋지 않을리 없다.

내 옷의 70-80%는 사장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옷이란건 남편과 두 아들과 동생밖에 모르는 사실이다. 사장님이 여자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키도 나와 비슷하고 체격이 나와 비슷하기 때문에  사장님이 옷을 내게 주신곤 한다.

가끔 새옷을 주시기도 하고 한두번 입던 옷을 주시기도 한다.

물려받은 옷을 내가 아끼고 잘 입고 다니기 때문에 사장님도 내심 좋아하시며 코디까지 해주실때도 있다.

 

결혼후, 1-2년을 빼고는 늘 직장생활을 했고, 결혼할 때부터 손을 놓고 계신 시부모님들은 늘 우리의 부담이었고 생활비를 드려야 했기 때문에 편안하게 놀아본 적이 없다.

월급생활을 하는 남편의 어깨를 보며 아이들이 어릴적엔 집에서 타이프를 치며 생활에 보탰었고 세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시작한 이 직장이 세현이가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나를 치장하기엔 현실이 너무 벅찼고, 외모보다는 내적인 아름다움이 중요하다는 위로를 하며 내게 투자하지 못했음은 어쩔수 없는 일이다.    

그런 생활에서 사장님이 때에 맞게 주시는 옷은 나를 남루하거나 추하게 하지 않았고 당당한 직장여성으로 단정하게 다닐 수 있도록 경제적인 도움이 되었다.

 

그런 사정을 주현이와 세현이가 잘 알고 있다.

엄마의 지난한 직장생활의 고달픔을 알고 자기들을 위해서 엄마가 백화점을 살피며 옷을 입어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누구보다 남편은 검소한 아내를 자랑한다.

사치나 허영보다는 검소하고 알뜰한 아내를 보며 미안해 하고 있다.

내가 무엇을 요구하면 단한번도 거절하지 않으며 내가 무엇을 구입해도 탓하지 않는다.

 

지금도 나는 외모보다는 내적인 면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내속에 든 것이 무엇이며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며 내가 중요시하는게 무엇인지가 중요한 일일 뿐이다.

아름다움은 보톡스를 맞는 것이 아니라 주름진 얼굴로 웃을 줄 아는 것이 아름다움이라 여기며 비싼 옷으로 내 몸을 감싸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이웃을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 여긴다.

나이에 맞게 늙어가는 것,  편안한 모습으로, 온화한 모습으로, 성령이 충만한 모습으로 늙어간다면, 그럴 수 있다면  후회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세현이가 툭 던진 된장녀,

된장녀든 고추장녀든 난 나일 뿐이다.

된장녀면 어떻고 고추장녀이면 또 어떠하리.

사랑하는 남편이 있고 두 아들이 있고 당당한 내가 있는데..

그런 나를 어여쁘다 인정하시는 하나님이 버티고 계시는데...

 

된장녀는 고가의 명품을 즐기는 여성들 중, 스스로의 능력이 아닌 다른 사람(애인, 부모 등)에게 빌붙는 여성들 비하하는 속어이다. 그러나 그 개념이 명확하지 않으며, 현재는 주로 남성들이 생각하는 모든 부정적인 여성상들을 싸잡아 지칭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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