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주현에게

너를 보내고..

여디디아 2005. 3. 23. 09:12

제목이 꼭 윤도현이의 노래를 연상케 하는구나.

너를 보내고 돌아서는 길에 난 뭔가를 잃어버린 상실감에 자꾸만 헛헛해지는 마음으로 뒤만 돌아보았다.

부대입구에서 운동장으로 들어서려는 나를 아빠는 끝내 돌려세우고 너마저 아빠를 거듦으로 엄마를 서운케 하더구나.

나를 안으며 눈시울 가득히 눈물이 차오르던 너의 모습이 지금도 내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구나.

돌아오는 내내 씩씩한 모습으로 방긋하게 웃기도 했지만  가끔 마음을 다른곳에 두고있는 나를 보았다. 신호등이 빨간불임에도 아무 생각없이 불쑥 차를 들이밀어 상대방의 간담을 서늘케도 하고 엉뚱한 곳에 손을 내미는 나를 보며 내 속에 든 상실감이 너였음을 느끼기도 했단다.

 주현아!!

박박 밀어버린 머리를 쓰다듬으며 긴장과 설렘과 두려움으로 들어서던 네 모습이 한순간도 떠나질 않고 의식이 깨어있는 순간은 오로지 너의 모습이구나.

짧게 깎은 머리에 모자를 쓰기도 하고, 울산에서 부산에서 대구에서 전세버스가 들어서는 모습을 보니 나도 내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엄마구나 싶은 마음에 가슴이 미어지는 통증 또한 느꼈단다.

입대병들의 딱 두배인 부모님, 입대병 숫자만큼의 애인들의 서러운 눈앙울을, 입대병들보다 서너배는 되는 친구들, 입대병들의 절반인 차량들..

그들속에서 너는 조금 어리기도 했고(내 아들이어서일까?) 누구보다 깡다구도 있어 보였다.

잘 해내리란 믿음에 마음이 든든하기도 했는데 울지 않는 나를 아빠가 놀리기까지 하더라.

주현아!!

아무리 생각해도 울 일은 아니지 않니?

난 네가 이렇게 건강하  게 자라서 나라의 부름을 받아 입대하는게 축하받을 일이라 여겨진다.

잠시의 헤어짐이 아쉽기도 하고 네가 해야할 고생들이 마음아픈건 사실이지만 난 그것이 성숙의 길이며 너를 멋지고 완전한 사나이를 만드는 일이라 여겨진다.

2년이란 결코 짧지만은 않은 시간들이지만 네 인생에서 보면 길다고만도 할 수는 없지않아?

그 기간동안 사회에서 배우지 못하는 여러가지 일들을 배울수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해.

특히 공동체 훈련을 통하여 이 세상은 나 혼자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배우길 바래.

많은 사람들이 모인만큼 생각도 다르고 목표와 비젼도 다를거야.

나와 다르다는 사실이 틀린 것이 아니란걸 너는 나보다 먼저 깨우쳤지? 그리고 이해도 하고..

주현아!!

문득 네 중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하교길에 학교앞 길거리에서 오뎅과 떡복이를 먹는데 어떤 아이가 하염없이 바라보더라고 했지?

그 아이의 바라봄이 미안하고 안쓰러워서 아이에게 떡볶이와 오뎅을 가져다 주었다고 했지?

그때 같이있던 공부를 아주 잘하던 친구가 너를 보며 깜짝 놀랐다고도 했었지?

주현아!!

난 그런 네가 참 좋다. 따뜻한 마음은 돈으로 살수도 없고 노력한다고 되는것도 아니잖아.

어릴적부터 불쌍한 사람들을 외면치 못하던 너의 심성이 아직도 그대로였으면 좋겠다.

주현아!!

너를 보낸후부터 지금까지 내 모든 의식의 자락엔 네가 매달려 있단다.

편식이 심한 네가 어제 저녁은 먹었을까, 아침은 먹었을까..

주현아!!

이제 나도 군인아저씨의 엄마가 되었구나.

너 잘할수 있지?

앞으로의 모든 길들을 하나님께서 이끄실 것이고 너는 그 길을 올바른 마음으로 잘 따라갈테지?

어딜가든지, 무얼하든지 하나님은 너를 세우시고 유익하게 하시길 원하셔.

군대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새롭게 만나고 앞으로의 네 삶이 오직 예수 중심이길 엄마는 기도한다.

든든하고 착한 아들아!!

너를 위해 기도하는 많은 이들의 기도가 너를 지킬것이다.

하나님을 믿고 너를 믿는다.

그래서 난 울지 않는다.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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