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주현에게

주현!!

여디디아 2005. 2. 22. 12:14

눈이 펑펑 쏟아지는구나.

언제 들어온지 모르는 너는  아직도 꿈속일까?

여행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네 말에 어쩐지 나는 조금씩 가슴이 아려온다.

어디로 누구와 떠나려는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마음에 깊이 새겨지는 여행을 다녀왔으면 좋겠다.

주현아!

나는 말이야.

처녀적부터 그랬거든.

뭔가가 답답하고 막막하고 그래서 아득한 기분일 때,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이며 어디로 향하여 내가 흐르는지 분간하지 못할때, 아니 여상한 일상들이 지루하고 따분하여 미칠듯한 그때는 변화가 필요하더라.

변화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을테지?

쉽게는 미용실에 들러서 머리를 다듬기도 하고, 왁자지껄한 시장바닥에 앉아 순대와 떡볶이도 먹어보고, 필요치 않는 물건도 사보고..

그러나 가장 그럴듯한 변화는 역시 여행이 아닌가싶어.

익숙한 사람과 습관이된 생활을 벗어던지고, 낯선곳으로의 부딪힘,

거기서 느끼는 집이란 것과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소중함을 느낀느 것..

그래서 여행은 참으로 필요하단거 말이야.

사람에 따라서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내겐 여행이 가끔 구원일 수도 있었던거야.

주현아!!

내가 남자이지도 않고, 군대를 가볼 수도 없고.. 어차피 우린 성정이 다름으로 거쳐가야 할 과정들 역시 다를 수 밖에 없잖아?

너의 심란한 마음과 암담한 마음을 외삼촌이 잘 아시고 엄마한테 말씀하시더라.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묘한 유대감...

이제 세상의 일들을 모두 접은채, 다른 세상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는 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구나.

주현아!!

흰 눈이 어찌나 소탐스럽게 내리는지.

마음이 부자가 된것 같애.

네가 어렸을 때, 눈싸움용 장갑을 사주었던 생각이 난다.

하늘색과 흰색이 섞인 장갑에 빨간 그림이 있었던 거.

아주 오래동안 네가 간직했던 기억이 난다.

정말 씩씩하고 용감하게 뛰어놀았지 너는.

세월이 언제 이만치 흘러버렸는지.. 참 아쉽다.

주현아!!

너를 지켜보는 내 마음도 참 아슬아슬하구나.

이제 정확하게 한달이 넘은 입대.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던 말,

지금 그 말이 우리에게 가당키나 할까만 ..그 말밖에 다른 할말이 마땅치 않구나.

오늘밤, 우리 한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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