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이병기(1981-1968)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앞에 나섰더니
서산(西山) 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 달이 별과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한 어느 게오
잠자코 호올로 서서 별을 헤어 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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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하던 장마,
몇십년을 내몸처럼 끼고 부비며 살던 집들이
속절없이 둥둥 떠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기함하던 사람들
뜨거운 팔월햇살에 잔뜩 달아오른 컨테이너 방은
온밤내내 뜨겁게 달구어져 있었을텐데.
팔월햇볕에 달구어진 몸이
식을줄 모르는 팔월의 여름밤까지 그들을 달구었으리.
산뜻한 초사흘 달이 별과 함께 나올 날은
아직도 멀기만 한데..
별과 함께 초사흘 달이 나오고 나면
가을을 건너뛴 컨테이너엔 때아닌 겨울이 먼저 찾아들텐데..
영롱하게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며
내 별을 찾아보기도 전에
죄없는 아기별을 원망하지나 않을까.
선선한 바람에 가을향내가 묻었습니다.
어쩐지 가을이 오면 이 詩를 읽어야 할 것 같은 예의바름에..
초여샛날인 오늘 밤엔
당신의 별을 세어보고
내 별 또한 눈길 더듬어 찾아봐야 겠습니다.
(진옥이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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