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무렵
김 남 주(1946~ )
반짝반짝 하늘이 눈을 뜨기 시작하는 초저녁
나는 자식놈을 데불고 고향의 들길을 걷고 있었다
아빠아빠 우리는 고추로 쉬하는데 여자들은
엉뎅이로 하지?
이제 갓 네살 먹은 아이가 하는 말을 어이없게
듣고 나서
나는 야릇한 예감이 들어 주위를 한번
쓰윽 훑어 보았다
저만큼 고추밭에서 아낙 셋이 엉덩이를
까놓고 천연스럽게 뒤를 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이 들어서 그랬는지
산마루에 걸린 초승달이 입이 귀밑까지
째지도록 웃고 있었다.
--------------------------------------
내년 3월이면 군대에 간다고 영감처럼
느긋하게 지내는 아들,
늦은 밤에 들어와 늦은 아침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밤과 낮을 온전히 바꿈하며 살아가는
죽어있는 아들의 시간들...
녀석이 너댓살쯤일까,
TV 광고를 통해서 한글을 깨우쳐가던 아들이
어느날 청량리 어느 버스안에서 물었다.
여, 관, 이라며 대견하게 읽은후,
'엄마, 여관이 뭐하는데야?'
먼 길을 떠나는 이들의 잠자리를 제공한다고
대답하는 나를 향해 야리꾸리한 눈으로
쳐다보던 버스안의 승객들은
모두가 서울사람이었을까?
모범적인 답을 풀어놓고도 나는 뒤가 캥겼다.
고추밭에서 엉덩이를 드러낸채
시원스레 볼일을 보고있는 아낙네들처럼,
누군가 나를 엿보고 있는듯한 무례함이
나를 참 부끄럽게 했던 기억하나.
저~기서 추석이 나를 향하여 힐끔거린다.
(진옥의 한마디!!)
김 남 주(1946~ )
반짝반짝 하늘이 눈을 뜨기 시작하는 초저녁
나는 자식놈을 데불고 고향의 들길을 걷고 있었다
아빠아빠 우리는 고추로 쉬하는데 여자들은
엉뎅이로 하지?
이제 갓 네살 먹은 아이가 하는 말을 어이없게
듣고 나서
나는 야릇한 예감이 들어 주위를 한번
쓰윽 훑어 보았다
저만큼 고추밭에서 아낙 셋이 엉덩이를
까놓고 천연스럽게 뒤를 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이 들어서 그랬는지
산마루에 걸린 초승달이 입이 귀밑까지
째지도록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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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이면 군대에 간다고 영감처럼
느긋하게 지내는 아들,
늦은 밤에 들어와 늦은 아침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밤과 낮을 온전히 바꿈하며 살아가는
죽어있는 아들의 시간들...
녀석이 너댓살쯤일까,
TV 광고를 통해서 한글을 깨우쳐가던 아들이
어느날 청량리 어느 버스안에서 물었다.
여, 관, 이라며 대견하게 읽은후,
'엄마, 여관이 뭐하는데야?'
먼 길을 떠나는 이들의 잠자리를 제공한다고
대답하는 나를 향해 야리꾸리한 눈으로
쳐다보던 버스안의 승객들은
모두가 서울사람이었을까?
모범적인 답을 풀어놓고도 나는 뒤가 캥겼다.
고추밭에서 엉덩이를 드러낸채
시원스레 볼일을 보고있는 아낙네들처럼,
누군가 나를 엿보고 있는듯한 무례함이
나를 참 부끄럽게 했던 기억하나.
저~기서 추석이 나를 향하여 힐끔거린다.
(진옥의 한마디!!)
출처 :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姬)
글쓴이 : 여디디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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