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물이 되어 - 중에서
강 은 교(1945~ )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 후 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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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처음 만났을 때,
파닥거리며 살아있는 고등어의 푸른 등 같았을까 나는..
옆자리에 앉아 타이핑을 하던 '서정화'라는
얼굴에 점 하나가 살아있던 여자,
처음 시를 읽을때의 느낌이
고등어의 푸른 등처럼 푸르던 때의 느낌으로,
가을낙엽처럼 주름진 내 마음위로 얹힌다.
황톳빛의 흙이 덮인 틈새로
맑은 물 한줄기가 어쩐지 내 가슴 길게길게 이어져
흘러오던 그 차갑고 뭉클하던 느낌,
내 몸속의 모든 피돌기가 어쩌면 이 한줄기의
물이 들어가는 소리들이 아닐까..
그대,
우리가 물이되어 각각의 자리에서 흐르고 흘러
어느 가문있는 집의 정수기에서 만나든,
냇가를 지나고 강물을 거쳐 넓은 바다에서 만나든
한줄기 살아있는 물로 합쳐지는 기쁨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구석구석 스며든 물을 따스하게 말리고픈,
10월의 햇살에 젖은 몸을 말리고픈
말려도 말려도 젖어있는 ...
어쩐지 맑은 물이 나를 적시는 날입니다.
(진옥이의 한마디!!)
출처 :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姬)
글쓴이 : 여디디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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