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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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디디아 2005. 3. 12. 05:24
속단풍 든다


이 명 수(1945~ )


단풍 때문에

가을 한 철 술에 젖어 살았다

화양동 계곡 너럭바위에서

계룡산 민박집 층층나무 아래서

함양읍내 선술집에서

마시고 또 마셨다

혼자서, 여럿이서 노래를 불렀다

-앞남산 황국단풍은 구시월에 들고요

이내 가슴 속단풍은 시시때때로 든다

노래를 불러도 가슴이 시리다

젊은 날엔 술기운을 못 이겨

얼굴이 단풍 빛깔이었는데

나이 들면 술기운이

가슴으로 파고드는 걸까

사시사철 붉은 미친 단풍 때문에

내 속의 그것 때문에

요즘엔 시시때때로

속단풍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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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닿는 모든 곳이 단풍이다.
천마산의 누렁이 같은 능선도 단풍이고
축령산의 날카로움에도 단풍이고
호명산의 우묵함에도 단풍이고
구리로 향하는 가로수에도 단풍이고
맑은 길을 따라 집으로 들어서는
사거리에도 온통 단풍이다.
빛 고운 단풍이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주말,
지나는 차량들의 늘어지는 게으름을 보고
흐드러지게 웃어제치는 맑은 웃음을 보며
어딘지, 누군가에게 억울한 이 마음은
단풍탓일까,
내 안의 단풍은 이미 물이 들어버려
선홍의 핏빛을 뚝뚝 떨어트리는데..

가을이다.
스미는 단풍이 곱고, 처연한 국화가 고운
가을이다.
속단풍마져 고운 물빛에 젖어드는 가을이다.
(진옥이의 한마디!!)
출처 :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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