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시집 - 순례의 서- 중에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1875-1926)
나의 주여, 당신은 그 성자들을 아시나이까?
밀폐된수도원의 골방마져도
웃음소리, 고함소리와 너무 가깝다고 여겨
땅속 깊이 파고들어가 몸을 숨긴 이들을?
저마다 하나씩 불빛을 들고
동굴의 적은 공기를 호흡하였으며,
나이와 얼굴도 잊고
창 없는 집처럼 살았으며
오래전에 죽은 듯 더 이상 죽지도 않았습니다.
책도 거의 읽지 않았습니다, 책마다 서리가
기어든 듯 모든 것이 이울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수도사 옷이 그들의 뼈에 간신히 걸쳐 있듯이
의미도 낱말마다 고드름처럼 겨우 매달려 있었습니다.
깜깜한 동굴에서 서로 몸이 부딪쳐도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습니다.
--------------------------------------------
주여,
당신은 어스름이 내리고
고운 단풍들마져 어스름에 떨고 있는 이때,
어스름 속으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대지속으로 쏙쏙 박혀 가시같은 아릿함을
몸에 지니고 마음에 지닌채 땅 속 깊은 곳으로
흔적없이 잠수하고픈 마음이 들 때
그리하여 더 이상 죽음도 삶도
필요없는 사치들로 여기고픈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아시나이까?
웃음소리,
고함소리,
툭툭 치며 지나는 어깨들의 신음소리마져
살아있음으로 인한 행복이라고 하시는지요?
그래서 개똥밭에 굴러도 이 승이
저 승보다 행복하다고 하겠는지요?
저 승은 그렇게 험하고 그렇게 허무한 곳인가요?
이 승은 순례자들이 돌아야 할,
행하여야 할 숙제일 뿐이라고,
화려한 천성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된 길이라고
그렇게 말씀해 주십시오.
(진옥이의 한마디!!)
라이너 마리아 릴케(1875-1926)
나의 주여, 당신은 그 성자들을 아시나이까?
밀폐된수도원의 골방마져도
웃음소리, 고함소리와 너무 가깝다고 여겨
땅속 깊이 파고들어가 몸을 숨긴 이들을?
저마다 하나씩 불빛을 들고
동굴의 적은 공기를 호흡하였으며,
나이와 얼굴도 잊고
창 없는 집처럼 살았으며
오래전에 죽은 듯 더 이상 죽지도 않았습니다.
책도 거의 읽지 않았습니다, 책마다 서리가
기어든 듯 모든 것이 이울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수도사 옷이 그들의 뼈에 간신히 걸쳐 있듯이
의미도 낱말마다 고드름처럼 겨우 매달려 있었습니다.
깜깜한 동굴에서 서로 몸이 부딪쳐도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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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
당신은 어스름이 내리고
고운 단풍들마져 어스름에 떨고 있는 이때,
어스름 속으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대지속으로 쏙쏙 박혀 가시같은 아릿함을
몸에 지니고 마음에 지닌채 땅 속 깊은 곳으로
흔적없이 잠수하고픈 마음이 들 때
그리하여 더 이상 죽음도 삶도
필요없는 사치들로 여기고픈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아시나이까?
웃음소리,
고함소리,
툭툭 치며 지나는 어깨들의 신음소리마져
살아있음으로 인한 행복이라고 하시는지요?
그래서 개똥밭에 굴러도 이 승이
저 승보다 행복하다고 하겠는지요?
저 승은 그렇게 험하고 그렇게 허무한 곳인가요?
이 승은 순례자들이 돌아야 할,
행하여야 할 숙제일 뿐이라고,
화려한 천성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된 길이라고
그렇게 말씀해 주십시오.
(진옥이의 한마디!!)
출처 :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姬)
글쓴이 : 여디디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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