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여디디아 2005. 3. 12. 05:19
수묵 정원 8 - 대 숲


장 석 남(1965~ )


해가 떠서는 대숲으로 들어가고

또 파란 달이 떠서는 대숲으로 들어가고

대숲은 그것들을 다 어쨌을까

밤새 수런대며 그것들을 어쨌을까

싯푸른 빛으로만 만들어서

먼데 애달픈 이의 새벽꿈으로도 보내는가


대숲을 걸어나온 길 하나는

둥실둥실 흰 옷고름처럼 마을을 질러 흘러간다.

-------------------------------------------
서걱이며 수런대는 대숲을 걸어본 것이 언제였나,
3년전,
여름휴가를 맞아 주현이와 함께 떠났던
남도문학여행,
토지의 악양들판을 거치고,
태백산맥의 벌교와 순천을 거쳐 닿았던 곳.
손이 닿지 않은곳에 묵혀둔 때처럼,
졸음으로 인해 끝내지 못한 구구단 외우기처럼
언젠가 꼭 가고팠던 여수 오동도.
푸른 바닷물이 넘실거리고
그위로 고기잡이 배들이 쉼없이 오가던 곳,
추적거리며 여름비가 우리를 맞았고
대숲옆으로 걷기 위한 자갈밭이 있었었는데.
뾰족하게 튀어나온 자갈밭을 주현인 얼굴을
찡그리며 즐겁게 걸었고
주현이의 신발을 들고 대나무 잎들이
서걱이는 소릴 들으며
흰운동화가 더럽혀질까봐 맨발로 걷지 못한다며
이유를 둘러대는 나를보고 주현인 웃었던가?
서걱이는 대숲이 조금 두려웠고
시골외갓집에 서 있었던 대나무를 떠올렸고
'혼불'에 나오는 무시무시한 대숲을 떠올렸는데.
대숲이 지나는 시간을 삼키고
흘러가는 세월들을 모두 삼켜버렸나 보다.
(진옥이의 한마디!!)


출처 :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姬)
글쓴이 : 여디디아 원글보기
메모 :

'시가 있는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0)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0) 2005.03.12
[스크랩] "간이역"  (0)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0) 2005.03.12
[스크랩] 시가 있는 아침  (0) 2005.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