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음악들..

여디디아 2005. 3. 21. 12:17

음 악 들

 

 

박 정 대(1965~        )

 

 

너를 껴안고 잠든 밤이 있었지,

 

창밖에는 밤새도록 눈이 내려 그 하얀 돛배를 타고

 

밤의 아주 먼 곳으로나아가면 내 청춘의 격열비열도에 닿곤 했지,

 

산뚱 반도가 보이는 그곳에서 너와 나는 한 잎의 불멸,

 

두 잎의 불멸, 세 잎의 사랑과 네 잎의 압맞춤으로 살았지,

 

사랑을 잃어버린 자들의 스산한 벌판에선 밤새 겨울밤이 말 달리는 소리,

 

위구르, 위구르 들려오는데 아무도 침범하지 못한 내 작은 나라의 봉창을 열면

 

그때까지도 처마 끝 고드름에 매달려 있는 몇 방울의 음악들,

 

- 중  략 -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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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지나간 추억속에 다행하게도 음악이라는 낱말만 나와도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유난히 노래를 잘 부르던 사람,

늘 외로웠기에 내가 불안했던 사람,

끝없는 방황이 목적을 잃은채 가을바람에 구르는 낙엽처럼

위구르 위구르 헤매이던 사람,

가야산 정상에서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를 불렀고

장충공원을 걸으며 without you를 나직나직 불러주었을 때의

감동과 애잔함,

서울운동장을 걷고 을지로의 거리를 비에 젖은채 걸으며

홀리데이를 부르고 또 부르던 사람,

'기도'란 가스펠 송을 마주보는 하얀 치아 사이로 같이 불렀던 사람,

'내 단 하나의 소원'이란 노래를 가사가 좋아서 좋아한다는

내 말에 자기의 생각도 같다고 했을 때 동질의 기쁨을 나누던 사람,

윤시내의 '열애'를 윤시내 보다 더 잘 부르던 유일했던 사람.

그는 갔고 나는 왔다.

음악으로 나에게 왔고 헤매임에 지쳐 내가 왔다.

그럼에도 음악을 떠올리면 그가 떠오른다.

좋은 추억으로 그리움으로,

결혼후에도 나를 저리게 하고 아리게 했던 추억을

만들었던 사람. 

지금 그는 어디에서 무엇을 생각할 때 나를 떠올릴까.

같이 부르던 '기도'와 가야산을 생각할 때?

봄비가 내리고 장마비가 대책없이 내릴때?

어찌되었던 그의 기억속에도 이쁜 추억이란 이름으로

내가 다소곳이 남아있다면 좋으련만...

(진옥이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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