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탕 진

여디디아 2005. 3. 16. 09:11

탕  진

 

 

문 혜 진(1976~        )

 

 

가끔씩 난

 

똑같은 노래를 반복해서 부르곤 해.

 

같은 노래를 부르고 또 부르고

 

그러면 어떤지 알아?

 

하드보일드하게 지루하지 뭐.

 

전인권의 <행진>을 탕진으로 바꿔 부르는데

 

그것도 지루하면 펭귄으로 불러

 

- 중  략 -

 

그래. 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모두 써버리겠어

 

아무것도 아끼지 않겠어

 

우리동네 미대사관 앞 전경 아저씨들도 탕진!

 

우리 삼촌을 닮은 과일가게 총각도 탕진!

 

붕어빵 파는 뚱뚱한 아줌마도 탕진!

 

피스!로 인사를 대신하던 시대는 갔어

 

아무리 외쳐도 평화 따윈 오지 않잖아?

 

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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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날,

시작한 아침부터 탕진이다.

새벽을 탕진하여 잠으로 때우고

아침식사를 함으로 양곡을 탕진하고

사랑한만치 세현이를 보내며

보이지 않는 아이의 얼굴과 마음을

지나간 시간만큼 탕진한다.

선물로 주어진 하루를 탕진하는건

얼마나 쉬운 일이며 거리낌 없는 탕진인가.

육체속에 든 마음들을 탕진하고 消盡한다.

미워함으로 마음을 탕진하고

질투함으로 마음을 탕진하고..

탕진 속에서 나를 탕진하고..

오늘은 나도 <행진>을 불러볼까?

탕진으로 바꾸어서..

마치 시인이 된 것처럼..ㅎㅎ

(진옥이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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