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식물
이 문 재 (1959~ )
달이 자란다 내 안에서
달의 뒤편도 자란다
밀물이 자라고 썰물도 자란다
내 안에서 개펄은 두꺼워지고
해파리는 펄럭거리며
미역은 더욱 미끄러워진다
한켠에서 자라도 자란다
달이 커진다
내 죽음도 커지고
그대 이별의 이후도 커진다
죽음의 뒤편도 커지고
이별 이전도 커진다
뿌리만큼 거대한
내 안의 식물 줄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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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인치 텔레비젼 모니터로 보이는 내 안의 모습들,
깔끔하리라 여겼던 내 안의 모습엔
동백꽃처럼 선명한 피가 흘렀다고 한다.
어느 가시나무에 문득 찔린 손가락처럼
선홍의 피가 흘렀단다.
내 안에서 식물이 자라고 있으리란
기대같은건 해본적이 없다.
하지만 떨어져 내린 동백꽃의 흩어짐 마냥
새빨간 피가 흐르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내 안에선 죽음이 커지고
이별이 자라고 있을게다.
이별 이후의 아픔은 쪼그라든채로
머뭇거릴지도 모른다.
내 안에 든 욕심이 커지고
풍선처럼 허망한 탐심 역시 커지고 있을게다.
내 안에 기쁨이 자라게 하리라.
내 안에 사랑이 가득하게 퍼지게 하리라.
봄이 오는 골목에서..
(진옥이의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