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내 안의 식물

여디디아 2005. 3. 18. 13:40

내 안의 식물

 

 

이 문 재 (1959~         )

 

 

달이 자란다 내 안에서

 

달의 뒤편도 자란다

 

밀물이 자라고 썰물도 자란다

 

내 안에서 개펄은 두꺼워지고

 

해파리는 펄럭거리며

 

미역은 더욱 미끄러워진다

 

한켠에서 자라도 자란다

 

 

달이 커진다

 

내 죽음도 커지고

 

그대 이별의 이후도 커진다

 

죽음의 뒤편도 커지고

 

이별 이전도 커진다

 

뿌리만큼 거대한

 

내 안의 식물 줄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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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인치 텔레비젼 모니터로 보이는 내 안의 모습들,

깔끔하리라 여겼던 내 안의 모습엔

동백꽃처럼 선명한 피가 흘렀다고 한다.

어느 가시나무에 문득 찔린 손가락처럼

선홍의 피가 흘렀단다.

내 안에서 식물이 자라고 있으리란

기대같은건 해본적이 없다.

하지만 떨어져 내린 동백꽃의 흩어짐 마냥

새빨간 피가 흐르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내 안에선 죽음이 커지고

이별이 자라고 있을게다.

이별 이후의 아픔은 쪼그라든채로

머뭇거릴지도 모른다.

내 안에 든 욕심이 커지고

풍선처럼 허망한 탐심 역시 커지고 있을게다. 

내 안에 기쁨이 자라게 하리라.

내 안에 사랑이 가득하게 퍼지게 하리라.

봄이 오는 골목에서..

(진옥이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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