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붉은 장미 꽃다발

여디디아 2005. 3. 24. 10:53

붉은 장미 꽃다발 - 중에서

 

 

김 혜 순(1955~         )

 

 

네 꿈의 한복판

 

네 온몸의 피가 밀려왔다 밀려가는 그곳

 

그곳에서 나는 눈을 뜰래

 

 

네 살갗 밑 장미 꽃다발

 

그 속에서 바짝 마른 눈알을 치켜뜰래

 

네 안의 그 여자가 너를 생각하면서

 

아픈 아코디언을 주름지게 할래

 

- 중  략 -

 

너무 위태로워 오히려 찬란한

 

빨간 피톨의 시간이 터지게 할래

 

 

네 꿈의 한복판

 

네 온몸이 숨이 밀려왔다가 미려가는 그곳

 

그곳의 붉은 파도 자락을 놓지 않을래

 

 

내 밖의 네 안, 그곳에서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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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전,

생일이라는 이유로 모두가 들뜨게 축복하던 날

이른아침에 전화를 받았다.

'꽃집인데 위치를 가르쳐 주세요'..

보낸 이를 알고 받는 목적을 알지만

꽃다발을 안은 나는 꿈의 한복판이다.

내 온몸의 숨이 밀려들고 밀려나던 곳

세포마다 교차하는 피돌기의 생생함이 꽃바구니 속으로 스몄던..

꽃 바구니 하나에 나의 모든 세상이 담긴듯한

희열과 넘치도록 커다란 안일한 행복의 포만감..

꽃을 좋아하는 이유로 꽃값은 생각지 않는다.

하루가 지나면 시들어 버릴지라도

내손에 든 붉은장미가 고맙고

하얀 안개가 눈부시고

노란 카네이션과 한가운데 꽂힌 백합이 도도함만치

꽃바구니를 든 나는 도도할 뿐이다.

 

봄이 오는 길목이다.

노란 후리지아 한다발을 안아보고 싶다.

(진옥이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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