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채 2주간이 남지않은 세현이를 위해 모처럼 토요일 등교라도 시켜줄 요량으로 어젯밤 잠들었는데 아침부터 몸이 천근만근이나 된다. 아침밥도 제대로 먹이지 못한채로 등을 떠밀었다.
10시에 동서울에서 만날 이들을 생각하며 무거운 몸을 일으켜 화장을 한다.
오늘따라 주름도 많고 피부도 거칠다. 오늘 만날 이들 모두 서른의 새악시들인데...
좀 더 젊고 좀 더 이쁘게 하고 나가야 하는데..
속일 수 없는 나이를 탓하며.. 정성껏 화장을 마치고..
동서울터미날은 길도 잘 알고 있고 30분이면 충분한 거리라 여기며, 어젯밤 고르고 고른 이쁜 쇼핑백 네개를 들고 나섰다.
조금씩 밀리는 차들, 날아오는 문자들, 답답하고 보고픈 설레임.
테크노마트 입구까지 갔는데 동서울로 들어가는 입구를 몰라 한바퀴를 돌고, 다시 들어간 곳은 롯데마트,..동서울터미널은 건너편인데..
롯데마트 지하에다 차를 주차시키고 부리나케 몇개의 이어진 신호등을 건너니,
허름한 시골터미널같은 동서울터미널이 군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내 눈에는 군인들만 보인다. 참 이상타.
2층 커피숍으로 올라가는데 가슴이 두근거린다.
수연씨를 보면 알 것도 같은데, 눈썰미가 꽝인 나는 여전히 자신이 없다.
커피숍문을 들어서려는데 꼬마하나가 문고리를 잡고 장난하며 놀고 있다.
문을 밀치려다 어쩐지 깊은 끌림에 아이의 해맑은 얼굴을 들여다보고는 '영성이구나, 영성아!!'라고 불렀다.
경상도 아줌마의 커다란 말소리가 커피숍까지 요동을 쳤으리라.
우르르 떼지어 몰려나오는 아줌마들..ㅋㅋ
비쩍 마른 수연씨의 까만 눈이 와닿고, 아이디와 딱맞아 떨어지는 경남씨가 똘망거리는 눈으로 집사님이라 부르고, 소녀처럼 부끄러운 경희씨가 나를 맞이한다.
커피숍이야 손님들이 나가든 말든, 문앞에서 부둥켜안으며 반가워한다.
어찌 이들이 오늘 처음 마주하는 이들이랴.
같은 마음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한가지 소망으로 살아가는 주님안에서 하나인 우리들,
돌아가며 각자의 이야기를 조근조근 나눈다.
연신 눈물을 찍어내는 수연씨의 모습이 외로운 가을여자를 느끼게 한다.
고단한 몸과 마음을 하나님께 맡기고 기도로 살아가는 경희씨,
영성이로 하여금 위로를 받으며 삶에의 이유를 깨달아가는 그녀의 삶이 하루속히 형통했으면 좋겠다.
팔순의 어머니가 기도로 도우며 '너는 하나님의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해라, 내가 다른 것은 다해줄께'라며 살림까지 도맡아 하시는 어머니 덕분에 주님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똑순이님,
열심히 일하는 모습과 똑소리나게 일할 것 같은 모습으을 보며, 하나님은 참 든든하시겠구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에 주소를 모두 가지고 가서 맛있는 것들을 보내겠다고 다짐하는 친구님,
이제 시부모님을 모시고 같은 집에서 살아가려고 마음먹은 알뜰한 그녀,
무뚝뚝한 남편이 살갑게 친구님을 위로해 주면 좋겠다.
교회 일에, 집안 일에 정신없이 뛰어다니느라 세찬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것 같은 그녀..
건강하기를..
영성이가 돈가스를 먹겠다고 해서 돈까스로 점심을 먹었다.
어느새 계산서를 집어서 카운터로 내달린 수연씨, 아무리 우겨도 고집을 꺾지 않고 점심값을 지불한다.
언니가 되어서 미안하다..
새벽기도에 힘쓰는 자매들을 안타까워하며 '집사님, 무릎담요 한장 부탁해요'라며 어렵게 말을 꺼낸 초록님의 부탁에 무릎담요 4장과 들고가기 편한 이쁜 쇼핑백을 준비했다.
적은 것이지만 모두들 기뻐하며 새벽기도에 더욱 힘쓰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으로 보니 내가 부끄럽다.
다른 곳으로 이동해 귀선씨를 만난다는 착하고 이쁜 여자들을 남긴채 다음 약속을 위해 먼저 돌아서는 길목내내 듬직한 그녀들이 눈에 밟혔다.
집에 돌아와 파트님이 준 세현이 선물을 세현이와 펼쳐보니, 영양갱과 빼빼로가 가득하다.
정성껏 써내려간 편지가 끝내 나를 울리고 만다. 세밀한 그녀의 마음씀이 고맙다.
친구님, 똑순이님, 파트님..
언제 어디에서든 하나님의 택한 일꾼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갈 당신들.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신 이유와 독생자까지 선뜻 내주신 이유를 그대들을 통하여 알아갑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