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낮, 사무실 정인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바쁜 관계로 사무실 남자들이 모두 나가고 없는데 급한 물건이 필요함으로 날보고 서울로 오란다.
출발하려는 순간, 김부장님이 교육이 끝났으니 남양주시청 체육관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비빔밥을 먹자던 직원들의 요구대로 각자 도시락 대신 나물을 한가지씩 볶아온 점심은 어느 한식집에서 먹는 비빔밥보다 맛있고 정갈했다.
밥 맛을 잃어버린 입에도 비빔밥은 맛이 있어서 넉넉하게 먹었다.
아니나다를까,
남양주시청으로 향하는 자동차 안에는 봄바람이 스치고, 점심먹은 뱃속은 춘곤증이 넉넉하다.
비몽사몽으로 억지로 자신을 버티며 달린 경춘국도,
남양주 경찰서를 지나 새롭게 뻗은 길을 가기위해 좌회전을 해야 하는 순간,
내가 탄 마티즈가 정지선엘 다가들자 기다린 듯이 초록의 불이 노란색으로 변하고 그 사이 나는 죄회전을 했는데..
좌회전을 하자마자 전경녀석이 손짓하여 나를 부른다.
아무리 생각해도 위반은 아닌것 같은데, 녀석은 끝까지 나를 놓아주질 않는다.
신호위반이지만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4만원짜리 딱지를 끊겠다고 한다.
만만찮게 주장을 펼쳤지만 녀석은 침묵하는 바위처럼 냉랭하다.
면허증을 제시하고 딱지를 받아드는데 녀석이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를 한다.
미친놈, 너 같으면 안녕히 가겠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민다.
아무래도 분한 생각에 창문을 열고 내뱉었다.
'지금 내가 어떻게 안녕히 가겠어요? 이렇게 어려운 때에 특별히 잘못한 것도 아닌데 꼭 이래야 되요?' 방방 뛰었지만 나만 열받을쭌...
받은 딱지를 움켜쥐고 차 안에다 던져버렸다. 미련없이.. 재수없어를 연발하며..
오후내내 기분이 나쁘고 억울하다.
저녁에 집에가서 주현이에게 말했더니 녀석이 인상을 쓴다.
'엄마, 전경들 얼마나 불쌍한지 알아?
걔네들 아침에 딱지 한줌씩 들고와서 못 끊으면 엄청나게 얻어 맞는대'..
도대체 무슨 놈의 나라가 이꼴인가 말이다.
스스로 정해놓은 규칙에 시민들을 옭아매다니...
낮에 인상을 쓰면서 잡아먹을 태세로 앵앵대던 내가 부끄럽다.
아무려나 어젯밤, 전경녀석이 맞지 않았으면 좋겠다.
딱지는 사무실로 갔는데..
그나저나 아까워서 어떻게 물어내지? 에이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