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대와...

가족

여디디아 2005. 3. 19. 09:16

오랫만에 4식구가 오붓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주현이가 고3일때까지, 그러니까 2년전까지는 명절이면 왁자지껄한 친지들이 돌아가고 우리가족들만 오롯이 남는 저녁시간이 되면 우리는 윷놀이를 했다.

막내인 세현이는 아빠와 편을 먹고 큰애인 주현인 나와 편을 먹었다.

윷놀이의 시작은 늘 우리가 설치고 윷놀이의 뒷감당 역시 우리가 마무리 했다.

윷놀이의 목적은 2차인 노래방비를 담당하기로 하고 열심히 윷가락을 던지고 했지만 우린 늘 머리싸움에서 밀린듯... 노래방비는 우리가 당담할 수 밖에 없었다.

1년에 두번, 추석과 설날이면 네 식구가 노래방에서 각자의 18번을 부르곤 했는데 어느틈엔지 각자의 생활이, 정확히 말하면 대학생이 된 주현이가 우리와 놀아주지 않았다. 부모님과 동생과 어울리기엔 주현이에게 배당된 시간이 너무나 적었고, 우리보다 잘 통하는 친구들과의 시간을 할당해주기엔 주현인 조금 어렸기도 하다.

가끔 이모의 생일이나 특별한 날이면 인심을 쓰듯이 같이 가기도 했지만 그때는 늙어가는 남편이 생뚱맞게 따로 놀려는 바람에 이래저래 예전같은 시간이 없어지고 말았다.

세현이가 고3이라는 이유로 가족끼리 얼굴을 맏대고 식사할 시간마져 드문 날인데, 어제는 세현이가 모의고사를 치르는 바람에 일찍 집에 들어왔다.

모처럼 오삼불고기로 저녁을 먹고, 남편과 내가 다니는 체육관엘 우르르 몰려갔다.

이제는 주현이가 아빠와 편을 먹고 세현이가 나와 편을 먹어 한게임을 하기로 했다.

운동신경이 둔한 세현인 초등학교 운동회 내내 3등을 한번한 것이 기록이고, 주현인 초등학교 내내 일등을 한것이 기록인줄 알았더니 고등학교땐 반 대표로 계주까지 나갔었다니..   알만하리라.

요즘 학교에서 배드민턴을 좀 친다는 세현이 덕분에 우리가 이겼고, 부침개 냄새가 진동하고 허리통증이 후유증으로 남았던 명절의 어느때와 달랐지만 여전히 노래방비는 진쪽이  담당하기로 했다.

공짜가 이렇게 좋구나..를 연발하며 노래방으로 Go..

화장실에 들렀다 노래방에 들어가니  oh my god!! , 세현이가 김종환의 '존재의 이유'를 김종환이보다 더 잘 부르고 있다. 멋들어진 폼까지, 유머스런 표정까지..

쳐다보는 남편과 주현이와 나는 벌어진 입을 감당치 못했고, 급기야 쓰러지고 말았으니..

이어진 주현이의 가수같은 노래 솜씨, power가 넘치는 깨끗한 목소리는 활주로를 달려 이제 막 이륙하는 비행기의 모습과도 같았다. 

세현이는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힘있게 강원도의 길을 유유히 돌아가는 렉스턴의 모습같았다.

전혀 다른것 같으면서도 어느순간 둘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건 녀석들의 부모가 같다는 증거이리라.

오랫만에 남편은 장미빛 스카프와 뜨거운 안녕, 이름모를 소녀를 열창하고, 아들들앞에서 망신당하기 싫은 나는 18번인 민들레 홀씨되어와 참새와 허수아비를 폼잡고 불렀다.

어느순간 둘이서 같은 노래를 듀엣으로 부르는 주현이와 세현이의 모습이 어찌나 대견하고 감사한지.

마지막으로 세현이가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나와 함께 불렀고 바라보는 주현이의 착잡함이 내게로 전해져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두개의 캔은 세현이와 내가 많이 마셨고 돌아와 엘리베이터 앞에선 우리의 모습은 행복함인지,맥주속에 든 알콜탓인지 발갛게 물들어 있었으니..

사랑하는 아들들아, 군 생활도 고3 생활도 외롭지 않은 이유는 니들곁에는 부모님이 든든히 버티고, 하나님이 항상 동행하심을 잊지말아다오.

우리를 여기까지 이끌어 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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