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라는 커다란 날개를 달고 맞이한 주일,
1부예배가 끝나고 중등부 부장집사님께 오늘하루 우리반을 부탁드렸다.
부장집사님이 고등학교 선생님이라 중3 학생들에게 필요한 말씀을 곁들이로 부탁..
신랑과 주현이 여친과 함께 양구로 출발..
2시간 반만에 도착한 양구 208 병원,
주현이에게 오후에 도착할테니 너무 기다리지 말라고 하고선 출발..
시간이 아까와 신랑과 주현이 여친에게 양구에서 먹거리를 사오라고 부탁하고
주민증을 꺼내고 면회신청을 한 후 10분만에 환자복을 입은 주현이가
입을 귀에다 걸고서 나타났다.
혼자왔다고 우기는 나를 밀며 여친을 내놓으라고 하고 끝까지 혼자왔다고 우기고..
잠시의 옥신각신끝에 달랑 맨몸으로 온 나를 보고서야 시내에 나갔음을 감지한 주현.
얼굴에 작은 여드름이 많이 나고 짜야할 이물질이 보여 막간의 시간을 이용해
주현이 얼굴에 있는 여드름을 짰다. 얼마나 오랫만인가..
중학교 고등학교때 아들을 끌어당겨 코 근방과 이마에 커다란 점이 될 것 같은 여드름을 짰는데.
다리가 많이 나아져 줄넘기로 힘을 기른다는 주현이,
9월1일 부대로 복귀한다는 말을 들으니 안심이다.
주현이 무릎에 손을 얹고 간절하게 기도를 드렸다.
얼굴도 좋아졌고 주현이도 쾌활해 보여 마음이 놓인다.
춘천에서 기차를 탄다는 주현이 여친을 남기고 3시반에 우리는 속초를 향하여 출발,
신혼여행때 넘던 미령고개,
그날 불었던 바람을 내가 어찌 잊을까.
바람에 날리는 나를 잡아주던 남의 집 새신랑,
그날 먹었던 산채비빔밥, 여전히 메뉴에 등재해 있다.
결혼 10년을 기념으로 다시 갔던 미시령의 모습과 22년이 된 지금의 모습이 한결같다.
그동안 바뀐 주방장의 솜씨가 많이 흐트려졌나. 볼품없는 비빔밥..
미시령고개에서 내려다 보이는 속초시내를 구경하며 커피 한잔을 마시는 기분이란..
속초에 도착하니 아직은 이른시각, 바닷가를 한바퀴 돌고 강릉으로 출발,
주문진에 도착하여 숙소를 정한 뒤,
횟집에서 회 한 접시에 청하 한병..
오랫만에 마시는 청하의 알딸딸한 맛을 느끼며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본다.
바닷가 바위에 앉았는데 조그마한 게가 여기저기에 붙어서 다닌다.
한마리 잡아보려니 어느새 물속으로 퐁당!!
비릿한 냄새를 맡으며 주문진의 밤잠은 여전히 달다.
휴가의 첫날은 이렇게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