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아버지

여디디아 2005. 2. 22. 10:43
          아  버  지

저자 : 김 정 현      출 판 : 문이당    

 인류최초의 공동체는 ‘가정’이란 울타리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가족’이 아닐까.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은 당신이 창조한 모든 것들을 누리며, 다스리며, 보관하기 위해서 사람을 마지막으로 만드셨다.

 처음 사람 ‘아담’이 홀로 지내는 것을 쓸쓸하게 여긴 하나님은 ‘아담’이 자는 틈에 갈빗대를 취하여 여자 ‘하와’를 만드셨다. ‘아담’과 ‘하와’가 가정을 이루면서 최초의 공동체가 세워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하나님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가인’과 ‘아벨’을 낳음으로 가족이라는 구성원이 형성되었고, 이후로 우리는 가정을 갖고, 가정을 가지면서 자연스레 가족이란 구성원을 이루어가며 살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가족이란 살과 뼈를 나눔으로 하나가 되고 서로를 의지하고 또한 기뻐하며, 슬픔을 나누고 고통을 함께 이겨가는, 더불어 살아가는 내 육신과 정신의  일부분인 것이다.

 소설 ‘아버지’는 현대사회의 아버지들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점점 핵가족화되어가는 세대에서 가족이란 언제부턴가 서로를 보듬고 안아주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는 일상속의 가벼운 존재들이 되어버린 듯한 안타까움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또한 날마다 추락하는 아버지란 權威가 현실속에서 나타나는 냉엄함도 결코 남의 것일 수 없다는 서글픈 사실을 확인하기도 하는 것이다.

  핵가족화 시대에 지나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볼 수도 있고, 아버지라는 존재는 ‘돈’을 벌어다 줌으로 가족들의 일용할 양식을 제공하며, 자녀들의 학비를 충당해 주어야 하는 기계처럼 여겨지는 아버지의 모습도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사랑을 품고 살아가는 인간의 순수한 모습이 가장 눈부시게 각인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주인공 대한민국 문화재관리국 기획담당관 한정수 서기관. 그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고학으로 힘겹게 공부하여 든든한 직장을 얻게되고 영리하고 아름다운 아내 ‘영신’을 만남으로 가정이란 공동체를 구성하게 되고, 지원이와 희원이라는 대학생의 딸과 고등학생의 아들을 슬하에 두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남자이다.

 어느날 의학박사인 친구의 권유로 건강검진을 받은 정수는 췌장암 말기라는 엄청난 사실을 알게된다.

 자신의 생명이 5개월 남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남은 생을 위해서, 남아있는 가족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려는 그의 의지가 눈물겹다.  남은 생을 정리하기 위하여 돌아보는 자신의 삶들은 외롭고 허탈할 뿐이다.

 가족들을 위해서 자신이 죽어감을 숨긴채 괴로워하는 그의 모습은 가장 아름다운 사랑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을 숨기는 것만이 가족에 대한 사랑이며 최선의 방법이었을지...

 3주간이라는 시간동안 술에 취한채 괴로워하는 그를 가족들은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고 오히려 그의 고통과 좌절을 경원시하는  愚를 범하고 있다. 진정한  가족이라면 그런 변화를 눈치챌 수 있어야 하며 五感으로 느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출세가도를 달리지 못하는 남편과 어느날부턴가 같은 방에서 이부자리 두 개를 펴는 아내, 또 언제부턴가 각각의 방을 사용하는 부부의 모습, 엄마가 살아가는 방법과 엄마가 가르치는 것을 따르는 아이들은 아버지란 존재를 의식하지도 않은 듯이 살아가고 있다.

 아버지는 오로지 학비와 양식을 제공하는 사람처럼 여기는 가족들,

부부 사이에 대화를 잃어버림으로 서로가 원하는 것이 무언지도 모르는 사람들,그럼으로 남편의 방황과 남편의 변화도 알아채지 못하는 아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수는 자신이 죽고난 후에 살아갈 가족들을 위해서 차분하게 정리하며, 그것이 또한 진정한 사랑임을 친구에게 고백한다.

 가족들이 아버지의 병을 알게되고 남은 시간을 알게 되었을 때, 비로서 그들은 후회하며 몸부림친다. 아무리 후회를 해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앞에서 그들은 포기를 배우고 체념을 배우기도 한다.

 오늘 우리들이 살아가는 현실은 어떤가.

직장생활에 얽매인 아버지들의 고충을 제대로 이해하는 아내와 자녀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만을 강요하는 가정이 없다고 할 수가 있을까?

夫婦라고 하면서 얼마나 많이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애쓰며 또한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물론 개인의 생각을 모두 알수는 없다. 그러나 상대방의 아픔을 알아볼 수 있을만치의 관심은 또다른 사랑의 방법이 아닐까? 오로지 ‘나’에게 코드를 맞추어 가려는 이기적인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女性들의 사회참여가  점차 늘어나고 지위가 높아짐으로 상대적으로 남편들은 점점 권위를 잃어가고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  그뿐인가. 停年이 앞당겨지고, 유능한 후배에게 자리를 뺏기는 사회구조속에서   父權은 점점 상실해가고 고개를 숙이는 아버지들의 모습이 속출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로인한 스트레스로 각종 성인병들이 사십대의 남자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남편의 사회생활로 인하여 가정을 돌아보지 못한 만큼, 아내 영신은 자녀들의 교육과 집안의 모든 경제관리를 해나감으로 상대적으로 남편은  가정에서 아내와의 대화단절과 자녀들과의 대화단절을 겪게 되고 마침내 소외감을 느끼며 상실감을 안은채, 친구와의 관계를 지속함으로 살아가고 있다. 여기서 아내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나와 남편과의 사이를 자녀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줌으로 자녀들마져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차단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결국 원만하지 않은 부부생활은 자녀들마져 아버지와의 관계를 원만하게 행하지 못하게 할 뿐이다.   

 황폐하고 삭막한 현실에서 우리가 기댈곳은 가정이며 가족들임을 잊지말자. 끝까지 사랑해야 할 대상이며 책임을 느껴야 할 존재들이다.

주인공은 죽어가는 순간까지 사람냄새를 잊지말라고 당부한다.

그만치 외롭고 사람이 그리웠던 그의 生을 쉽게 잊을수 있을까?

사람냄새가 그리웠던 만치 스스로 가정으로 스며들고자 노력을 하지않고, 가족들이 자신을 받아주기만 기다렸던 잘못도 있지 않았을까?

힘들고 버거운 삶일수록 따스한 情을 그리워하고 푸근한 사람냄새를 그리워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리고 가정을 통해서 위로받기를 원하는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이며 지극히 정상적인 생각이다.

 내가 두르고 있는 가정이란 울타리속에의 구성원들인 내 가족들은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으며 어디를 앓아가고 있는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작은 시간을 만들어 관심을 가지며 對話의 창을 항상 열어 놓아야 한다. 또한 받기만을 원하는 이기적인 생각에서 줌으로서 품을수 있는 사랑이, 각자의 생활이 바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더욱 필요한 당면 과제이다.

 남편이, 아내가, 자녀가 무엇 때문에 괴로워하는지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찾도록 하자. 육신의 아픔보다 마음의 고통이 훨씬 견디기 어려운 일일테니까.

 책을 읽는 중간중간, 마치 빗방울처럼 툭툭 떨어지는 굵은 눈물은 오직 사랑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자신을 잃어가면서도 가족을 견고케 하려는 아버지의 線 굵은 사랑 때문이었으리라.  

 새로운 아침을 맞이할 때,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행복을 느끼며 삶에 대한 감사를 느끼는 주인공의 쓸쓸한 모습을 잊을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