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솔아
김 원 석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
"예"
하고 달려가면
"너 말구 네 아범".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
"예."
하고 달려가면
"너 아니고 네 엄마."
아버지를
어머니를
"예솔아"
하고 부르는 건
내 이름 어디에
엄마와 아빠가
들어계시기 때문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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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 풋! 풋!
할아버지가 부르시면 낼름 뛰어가 할아버지앞에 발딱 다가서는 아이,
어쩌면 머리엔 빨간 방울이 얹혔을 것이고
팔랑거리는 치마는 나비처럼 뛰어다닐 것만 같은데..
나를 부르시곤 아버지를 찾는 할아버지,
나를 부르시곤 엄마를 찾으시는 할아버지,
내 이름 어디쯤에 아버지의 모습이 남았고
내 이름 어디쯤에 엄마의 모습이 남았을까.
핵가족화 시대,
아버지 대신 나를 부르실 할아버지도
엄마 대신 나를 부르실 할머니도
일년에 몇번씩 손님처럼 지나가는
잘 닦은 포장도로처럼 매끈한 우리네 삶들,
폴폴 먼지가 날듯이 풍기는 사람냄새를 잊어버린지가
언제부터였던가.
사람이 사람을 은근한 부담으로 여겨지는 세상,
하얀 수염에 껄껄껄 웃으시는 할아버지가
참으로 그리운 날들이다.
(진옥이의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