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예솔아

여디디아 2005. 5. 3. 10:25

예솔아

 

 

김 원 석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

 

"예"

 

하고 달려가면

 

"너 말구 네 아범".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

 

"예."

 

하고 달려가면

 

"너 아니고 네 엄마."

 

 

아버지를

 

어머니를

 

"예솔아"

 

하고 부르는 건

 

내 이름 어디에

 

엄마와 아빠가

 

들어계시기 때문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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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 풋! 풋! 

할아버지가 부르시면 낼름 뛰어가 할아버지앞에 발딱 다가서는 아이,

어쩌면 머리엔 빨간 방울이 얹혔을 것이고

팔랑거리는 치마는 나비처럼 뛰어다닐 것만 같은데..

나를 부르시곤 아버지를 찾는 할아버지,

나를 부르시곤 엄마를 찾으시는 할아버지,

내 이름 어디쯤에 아버지의 모습이 남았고

내 이름 어디쯤에 엄마의 모습이 남았을까.

핵가족화 시대,

아버지 대신 나를 부르실 할아버지도

엄마 대신 나를 부르실 할머니도

일년에 몇번씩 손님처럼 지나가는

잘 닦은 포장도로처럼 매끈한 우리네 삶들,

폴폴 먼지가 날듯이 풍기는 사람냄새를 잊어버린지가

언제부터였던가.

사람이 사람을 은근한 부담으로 여겨지는 세상,

하얀 수염에 껄껄껄 웃으시는 할아버지가

참으로 그리운 날들이다.

(진옥이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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