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봄- 편지'

여디디아 2005. 4. 20. 10:03

'봄, 편지'

 

 

이   운(1968~     )

 

 

 봄이다 라고 적자마자 그 (봄) 안으로 나비가 날아든다

 

유리창 속에서 밥그릇 속에서 시계 속에서 접혀진 무릎 속에서도

 

나비가 튀어나온다 날개가 없는 것도 나비라는 이름으로 모여든다

 

하늘을 담은 유리창으로 물고기들이 날개를 달고 오기도 한다

 

손에 무엇인가를 들고 오는 나비도 있다

 

그중에는 오래전에 내가 그에게 보낸 석 줄의 편지도 있다

 

내가 보낸 구절 중 죽었나?가 죽었다로 고쳐져 있다

 

물음표를 검게 지운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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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스레 목련이 많은 동네 월산리,

처음 이 동네로 출근할 때는 눈이 부셔 차마 마주볼 수가 없었다.

목련이 자기의 몸통을 잊은듯이 제가 밤나무이기나 한듯이 크고

밤나무이기나 한듯이 치렁치렁한 꽃을 피워올렸다.

지금껏 내가 알고있는 목련은 정원 한쪽에서 외로운 모습으로

하늘을 향하여 고개를 외로꼰채 도도한 모습으로

요란하지 않고 오히려 외로운 모습으로 피어나던 꽃이었는데..

월산리의 목련은 밤나무처럼 크고 요란하다.

화려하게 피어나는 목련을 보기위해 어제는 건너마을까지 갔다.

밤나무처럼 큰 두 그루의 백목련이 정신없이 피었고

곁에 자목련 네그루가 바람난 여자처럼 정신없이 흐드러졌다.

별이 쏟아질듯이 피어있는 목련,

한동안 정신을 빼앗기며 난 누굴 생각했을까.

누굴 떠올리며 쏟아지는 별이라고 봄 편지를 썼을까.

밤새 봄비로 샤워를 끝낸 봄꽃들의 몸치장이 선명한 오늘,

간절한 마음으로 봄 편지를 쓸까나.

- 봄입니다.

당신이 그립습니다.

그래서 많이 보고 싶습니다.

봄이 주는 유희일지라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진옥이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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