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반 딧 불

여디디아 2005. 4. 11. 14:02

반 딧 불 - 중에서

 

 

임 영 조(1945-2003)

 

 

내 가슴속 오두운 방에

반딧불 하나 키웠으면 좋겠네

낮에는 풀잎 위 이슬로 숨었다가

밤이면 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깨우는

가장 절실하게 빛나는 언어가 되는

더러는 꽃이 되는 원죄가 되는

 

나 눈 번히 뜨고도 세상 어두워

지척을 분간하지 못할 때

아차! 발 삐끗 미망 속을 헤맬 때

반짝반짝 나만 아는 신호를 보내는

먼 그리움 같은 반딧불 하나

아무도 모르게 가졌으면 좋겠네

 

내 영혼의 배터리가 다 닳아

삶이 시큰둥 깜박거릴 때

온몸을 짜릿짜릿 충전해주는

 

- 중  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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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오늘의 나 같은 마음일까.

가슴 속 어두운 방,

지척을 분간하지 못하는 질퍽댐,

영혼의 배터리가 다 닳아

삶이 시큰둥 깜박거리는..

이리보고 저리보아도 자신이 맘에 들지 않는 날..

남보다 이르게 찾아든 폐경기는 이름모를 병이 두려워

호르몬제를 먹게 만들고,

한달반을 먹은 호르몬제 덕분에 여기저기서 듣는 인삿말,

'살이 왜 그리 쪄?'..

이 말에 대한 스트레스가 나를 짜증스럽게 한다.

꼬박꼬박 챙겨먹은 '페모스톤'이라는 호르몬제,

어젯밤에는 팽개치고 먹질 않았다.

하루가 다르게 부어오르는 몸,

지쳐 쓰러지고픈 육신을 자꾸만 들어눕게 만들고

드러누운 시간만치 살이 되어 나를 짓누르고..

거울속의 내가 낯설다.

부어오르는 살들, 살들, 아!! 살들

어딘가로 꼼짝없이 숨어버리고 싶다.

어찌해야 이 스트레스를 이길 수 있을까?

내 마음에 반딧불 하나 달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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