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여 수 역

여디디아 2005. 4. 14. 09:20

여 수 역

 

 

정 승 호(1950~            )

 

 

봄날에 기차를 타고

 

종착역 여수역에 내리면

 

기차가 동백꽃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가을에 기차를 타고

 

종착역 여수역에 내리면

 

기차는 오동도 바다 위를 계속 달린다

 

 

다시 봄날에 기차를 타고

 

여수역에 내리면

 

동백꽃이 기차가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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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날이다.

백색의 목련과 자목련이 북쪽 하늘을 우러러

곱다시 고개를 쳐들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봄,

어울거리는 개니리가 나만이 아닌 우리라는 묶음으로

울타리를 감싸안으며 노랗게 빛을 발하는 봄,

뒷동산에서 분홍의 진달래가 선연한 빛으로

봄산을 바알갛게 물들이는 봄,

그려놓은듯이 화사한 벚꽃이 난분분한 모습으로

흩날리는 향기가득한 봄날이다.

피어나는 들풀위로

묻어나는 아지랑이에 잠깐씩 졸기도 하며

물오른 버드나무에 새잎이 피는 연록의 빛깔도 확인하며

춘천행 기차에 몸을 실으면 기차는 무엇이 될까?

봄날의 시간속으로 떠나고싶다.

기차가 닿는 그곳에 사랑하는 이가 기다리지 않아도 좋으리.

봄빛가득한 연록의 나무와

길게 하품을 하는 기관원들이 졸리운 눈으로

내 손에 든 차표를 확인해도 좋으리.

화창한 봄날, 그래서 잔인한 사월,

여행을 떠나고 싶다.

두서없이 어딘가로 떠나고픈 내 마음은 봄빛인가??

(진옥이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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