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 근 달
권 오 훈
살
살
올라라
금빛 풍선아!
바람아!
바람아!
나무 가쟁이를 일렁이지 마라.
아기풍선이
툭
터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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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 근 달,
일년 중 가장 달이 크고 밝은 날은 정월대보름, 한가위..
내 젊음의 혈기가 심장을 박참으로
팔딱거리는 물고기처럼 싱싱한 그때,
세상 어느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고
세상 무엇도 부러울 것이 없었던 그 푸르던 때,
첫사랑을 시작하고 서서히 숙녀로 자리매김하려던 그때,
고향의 한가위는 푸른 달빛으로 가득하고
어릴적 친구들의 웃음은 가을날 내리치는 햇살마냥 화사한 때,
푸르른 달빛을 바라보며 내게 청혼하던 남자애,
'우정'을 이야기하는 내게 굳이 '사랑'을 들이밀며
수줍게 청혼하던 그 추석, 내 나이 스물셋이었을게다.
그러고보니 나도 참 괜찮은 여자였었나 보다.
그때 이미 청혼을 받았으니....ㅋㅋ
둥근 달을 풍선으로 여겨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속삭거리는 시인,
그 속삭임을 엿들은 바람이
나무가쟁이도 흔들지 않고 들풀 한포기도 흔들지 않았으리라.
그리하여 풍선이 구름을 날아 하늘로 올라갔을거야.
풍선을 놓은 어린아이의 해맑은 마음과 함께.
(진옥이의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