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도대체 몇년만의 만남인지, 종숙이와 옥희를 만났다.
10년이 넘은듯 싶은 명동엘 가니 그렇잖아도 아둔한 내 눈은 길을 잃어버리기에 딱이다.
친구들이 가르쳐준 대로 명동역에서 내려 밀레오레를 찾았더니, 잔뜩 겁먹은 촌여자답게 일찍 서두는 바람에 약속시간이 40분이나 남아있었다. 친구들을 기다리는 시간에 밀레오레에 들어가 티셔츠를 구경했다. 옷이라곤 손바닥만한것 박에 없으니..원.
1층에서 3층을 휘둘러보고 베이지색의 티셔츠 하나를 골랐다. 개시라는 이유로 좀 싸게...
옥희와 종숙이를 만나 그옛날 우리가 누비고 다니던 명동을 추억하며 제일백화점을 찾고 엘칸토구두점을 찾고, 코스모스백화점을 찾았지만 어느것도 보이질 않고 휘황한 불빛과 외래어 투성이인 간판만이 난무할 뿐이다.
그러나 10년이상을 그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린 명동교자와 명동낙지는 외부가 조금 바뀌긴 했지만 그 자리에서 묵묵히 교자를 빚고 낙지를 데치고 있었음에 반가웠다.
셋이서 낙지볶음을 먹고 커피숍을 찾았다. 약속이나 한듯이 주다야사(주간엔 다방, 야간엔 싸롱)가 즐비했다. 어둠침침하다는 이유로 내가 완강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분위기있는 '팡세'란 커피숍에 들러 커피 대신 건강을 생각하며 키위쥬스를 마시는 우리를 보니..이렇게 늙어가나 싶었다.
시간이 가는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다 4시까지 출근해야 하는 옥희를 이유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왜 그리도 밀리고 막히는지..
그뿐인가, 종일을 일을 했던 날들보다 더 피곤하다.
오랫만에 만난 옥희와 종숙이가 반가웠지만 반가움만치 피곤함이 나를 들쑤셨으니..
옥희도 종숙이도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푸르던 우리의 20대는 어디로 가고, 세월속에 묻혀 늙어가는 법을 배우는 마흔을 넘은 소녀들이 친구들을 바라보며 서로를 확인하는 어중간한 시기에 우리가 닿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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