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대와...

감사한 아침..

여디디아 2005. 4. 13. 08:58

주현이가 태어났을 때, 그때부터 쓴 편지가 있다.

처음엔 아주 열심히, 그리곤 드문드문, 가끔씩, 드물게, 어쩌나 한번씩..

20년이 지났건만 겨우 대학노트 한권의 분량이다.

남편이 편지를 묶어서 책을 만들자는 이야기를 했었고 나또한 그러고픈 욕심이 있어서 열심히 간직하며 관리했다.

남편사무실 여직원이 타이프를 해준다기에 맡겼는데, 지금보니 영 어수룩하고 책으로 묶을 가치도 없어보인다.

하지만 20년간 아이들을 향한 내 마음이려니 싶어서 그대로 두었다.

그런데 편지를 들추니 80%가 주현이에게 쓴 편지이고 세현이에게는 분량이 너무나 적어서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평소 세현이를 더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어쩔수 없이 큰아이에게 마음이 많이 갔었나 보다.

그나저나 책을 묶여지면 세현이가 많이 서운할 것 같아서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며칠전 주현이 방을 정리하다가 배란다에 아이들이 자질구레한 물건을 모아둔 걸 보았다.

작은 박스가 있기에 무엇인가(우리 아이들은 남자들임에도 작은 것 까지 모아두는 습관이 있다) 열어보았더니, 놀랍게도 내가 틈틈히 세현이에게 쓴 편지가 고스란히 쌓여있는 것이 아닌가.

이미 탈색이 된채로 누렇게 찌든 편지지와 엽서, 작은 메모지 하나도 버리지 않고 모아둔 세현이가 어찌나 고마운지.

엄마의 마음 한조각도 버리지 않고 모아둔 세현이가 얼마나 고맙고 또한 미안한지.

세현이가 자라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덕분에 세현이에게 덜 미안해도 되게 생겼다.ㅋㅋ

나는 참 행복하다.

나를 이해하고 내 마음을 간직할 줄 아는 아이들과 그런 나를 묵묵히 지켜보는 남편이 든든히 버텨주므로...

오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하나님, 이 하루도 말씀안에서 승리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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