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달살기

첫날

여디디아 2026. 4. 2. 23:13

조천에 있는 팜힐스펜션

이마트에서 원플러스원(당근 한봉지 또 한봉지가 있음)

 

 

내 평생 가장 호사를 누리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래도 되나... 꿈인가?" 

싶을만치 믿어지지 않는 현실이지만, 맞다.

질렀다.

 

1년 전부터 준비하고 계획하고 다짐한 일이다.

맨처음 큰며느리인 성희에게

"나 제주한달살기 가고 싶다. 지금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고 했을 때,

"어머님, 무조건 하셔요.  충분히 자격 있어요. 제가 도울 수 있는건 도울게요" 라는 말에 힘을 얻었다.

 

다음 방태산 자연휴양림에서 서방에게,

"나 제주한달살기 할거다" 고 하니..

"사무실 문 닫고 가야지" 라며 난색을 표하며 지진이라도 난 듯한 표정..

 

추석연휴에 집에 온 작은아들 부부에게 서방이 일러 바치듯이

"너네 엄마 제주한달살기 하겠단다" 라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작은아들 부부..

"엄마 잘 생각했어. 엄마 그동안 고생했으니 한달살기 하고오셔"라고..

그제서야 무언가 잘못한 것임을 깨달은 서방이 현실을 깨닫기 시작하더라는 것이다.

 

지난여름, 교회에서 오랫동안 함께해 온 친구가, 친구남편이, 언니가 갑작스럽게 암이라는 갖가지의 이름표를 붙이고 무섭게 다가들고 있었다.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도록 집요하게 덤비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남의 불행이 나의 안녕이 되어서는 안되고, 어느 순간 남의 일이 나에게도 닥칠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내 다리가 성성히 움직여 마음놓고 걸을 수 있을 때,

걷고픈 길을 걸어야 하고, 가고 싶은 곳을 가야겠다는 생각, 평생 하고싶었던 일을 해야 후회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나를 어딘가로 밀어붙히고 있었다.

 

감사하게도 아이들이 응원해주는 힘에 못이기는 척, 마음을 다잡고, 매월 25일이면 통장으로 들어오는 국민연금을 꼬박꼬박 모으며 버킷리스트인 제주한달살기를 계획했다.

 

2026년 1월

펜션을 예약하고 렌터카를 예약하고 비행기표를 예매하고나니 그때부터 이미 설레었다.

열흘 전부터 캐리어를 꺼내 짐을 넣고 빼고, 다시 넣고 빼기를 반복하다가, 일주일전 택배로 옷가지와 신발과 화장품을 앞서 보냈다.

그리고 4월 1일, 제주공항에 도착해 렌터카를 찾고 이마트에 들러 장을 봤다.

감사하게도 원플러스원이 준비되어 달큰한 구좌당근이 5개들이 2개, 올리브유가 2개, 핫도그와 폼클렌징 등...

가뿐한 마음으로 장을 보고 펜션으로 들어오니 사장님 옛동료분들이 미리 오셔서 바베큐 파티를 하고 계셨다.

덕분에 웃는 낯으로 인사를 드리며 제주돼지로 첫날저녁까지 맛있게 먹었다.

 

행복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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