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치항에서 후진항까지
설악항에서 광어와 우럭
미천골자연휴양림 109번 데크
삼척 덕봉산 지유네
거제도로로 간 인아네
지난 설에 아이들에게 "이번 추석은 친정으로~~"라고 선언했었다.
다행히 지난 주말에 준경이 결혼식이 있어 미리 준비한 추석빔으로 지유에겐 공주드레스에 용돈 조금,
인아에겐 봉투에 용돈을 준비해 즐겁고 안전한 추석을 보내라고 전했다.
안아네는 외할아버지네와 거제도로,
지유네 역시 외할아버지네와 삼척으로 여행계획을 세웠다는 소식에 나는 미천골자연휴양림으로 2박 3일간의 캠핑계획을 세웠다.
추석연휴가 시작된 14일 토요일 이른 새벽,
춘천 양양고속도로 위에 얹힌 채 미천골로 향해 추석연휴를 시작했다. 서양양에 도착하니 아침식사 시간이라 물치항으로 향했다. 물치항에서 후진항까지 산책을 하고, 설악항에서 광어와 우럭으로 빈 뱃속을 단단히 채운 후 미천골로 향했다. 미천골은 계곡이 깊어 맑은 물소리가 우렁차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울울창창하게 하늘을 우러러 뻗어 나가고 아름드리 나무둥치가 곳곳에서 자리를 차지하여 텐트를 치는데 불편함을 주기도 하지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내가 찜한 데크는 109번인데 가장 불편한 자리였다.
어느 한 곳도 손을 댄 적 없이 자연 그대로이고 수레도 준비되어 있질 않아 짐을 옮기는데 불편하여 짐을 옮기 고나니 온몸이 녹작지근해진다. 더구나 109번 데크는 오르내리기가 불편하여 다리가 짧은 내가 사용하기엔 불편하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모처럼 서방이 텐트를 야무지게 치는 바람에 2박 2일간 비가 내렸지만 눅눅하지 않게 지낼 수가 있었다.
여름휴가 후 캠핑을 위해 박스를 준비하고 밤중에 화장실 갈 것을 염려하여 분홍색의 요강을 준비했는데 정말 잘한 일이었다. 화장실이 가깝지만 길 가운데 돌덩이가 많고 데크와 길 사이가 높아서 조금만 방심하면 넘어질 수가 있어 예방이 최고이기 때문이다.
날씨가 습해서 모기가 많았는데 피우는 모기향만 준비하고 뿌리는 모기향을 준비하지 못해 모기들에게 몸뚱이를 헌납하는 일이 생겼고, 선풍기를 준비했는데 철수하는 날, 타프의 물기를 터는 데 사용했을 뿐, 전기요를 빠트려 이틀밤을 추워서 서방의 늙은 온기를 빌리는 불상사가 생겼다.
2박 3일 중 2박 2일 동안 비가 내려서 더욱 좋은 캠핑이었다.
저녁엔 레위기를 읽고, 아침엔 민수기를 읽고, 다시 저녁엔 신명기를 읽으며 미천골의 이른 가을비를 보고 듣고 느끼며 즐겼다. 끼니때마다 사진을 찍어 아이들에게 보낸 것은 굳이 즐겁고 재밌게 보낸다는 것을 강조함으로 며느리들에게 부담을 덜어주고 싶은 진심이었다.
미천골자연휴양림은 카페가 있어서 예배 후 오붓한 마음으로 커피를 마시며 마른 산수국 위로 떨어지는 가을비를 바라보기도 하고 수레국화꽃 사이로 지나는 가늘고 고운 빗줄기를 세기도 해보았다.
2박 3일이 아쉬워 혹시 하루 더 머물 수 있을까 싶어 검색을 했는데 109번 데크는 예약되어 있고 107번이 비어 있다. 이사를 한다는 것은 다시 집을 지어야 한다는 일이므로 철수하기로 했다.
거제도에서, 삼척에서 즐겁게 보내는 아들들의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텐트 속에서 듣는 빗소리는 들어본 사람만이 아는 소리이다.
계곡에서 힘차게 흘러내리는 물소리와 간간이 들리는 빗소리가 마치 우렁차게 쏟아지는 빗소리 같이 들린다. 오랜만에 듣는 빗소리가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지. 저녁 8시가 넘어서 잠이 들고 아침 6시에 일어나는 꿀잠은 잠을 잃어가는 중늙은이에겐 더없이 고마운 일이다.
서양양 ic에서 화도 ic로 오는 길은 어느 곳에도 막힘이 없다.
성희로부터
'친정식구들과 즐거운 시간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받고 보니 내가 더 감사해진다.
2025년 추석은 열흘 동안 휴일이 이어진다고 하니, 미리 아이들에게 계획을 세우라고 해야겠다.
'내모습이대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여전도회 가을나들이 (4) | 2024.10.21 |
---|---|
평내교회 봉사부(주방팀) (8) | 2024.10.16 |
수도노회 여전도회연합회 실행위원회 (4) | 2024.09.04 |
논산훈련소 연무대교회 진중세례식 (10) | 2024.08.26 |
2024년 여름의 나 (4) | 2024.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