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성
미나토 가나에 / 김진환 옮김 / 리드리드출판
죽을 만큼 죽일 만큼 서로를 사랑했던 엄마와 딸
제1장 엄숙한 시간
제2장 석상의 노래
제3장 탄식
제4장 오오, 눈물로 가득한 사람아
제5장 눈물 항아리
제6장 오너라, 최후의 고통이여
제7장 사랑의 노래
모성(母性): 여성이 자기가 낳은 아이를 지키고 길러내려고 하는 어머니로서의 본능적 성질(p. 60)
모성은 본능일까? 후천적일까?
나는 본능이라고 생각하는데 딱히 정답이라고 하긴 어려울 것 같다.
요즘처럼 자신이 낳은 아이를 쉽게 죽이거나 유기하는 모습이 매스컴을 통해 쉽게 대하다 보니 모성이란 게 본능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고 후천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것이 맞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은 딸과 어머니, 어머니와 그의 어머니가 이어진다.
결국 딸과 엄마와의 관계이다.
딸이 없는 나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기도 하다.
주변에서 딸과 엄마와의 관계는 좋은 친구이기도 하고 애증의 관계이기도 하고,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그런 관계이기도 한 것 같다.
이 글의 주인공처럼 딸과 엄마와의 관계가 이토록 집요한 관계는 없는 것 같은데 딸이 없는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어느 날 대학생인 딸이 벚나무에 목을 맨 채 자살을 시도한다.
"저는 딸아이에게 제 모든 걸 바쳐 정말 애지중지 키웠습니다!"
라며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대답하는 엄마에게 신부는
"왜 그러셨지요?"라는 질문을 듣고난 엄마는 딸아이와의 관계를 되짚어가며 기억을 소환한다.
글은 '엄마의 고백'과 '딸의 독백'으로 펼쳐진다.
엄마인 나는 외할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살아왔다.
착한 딸의 컴플렉스를 지니고 살았다는 것이 정확하다고 해야겠다.
엄마에게 착한 딸이 되어야 한다는 집념, 누구에게나 칭찬을 들어야 한다는 집착,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마음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서도 버리지 못한 채, 태풍으로 기둥이 무너져 아이와 엄마가 깔려 죽는 상황이 되어도 아이를 구하지 않고 엄마를 구하는 처지에 이른다.
그런 딸을 보며 엄마가 아이를 살리기 위해 혀를 깨물고 자살을 하자 딸아이에 대해 "너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는 마음을 지니고 살아간다.
그런 엄마에게 딸 사야키는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게 되고 사랑의 목마름으로 인해 외로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딸의 마음을 엄마는 알지 못한다.
결국 외할머니의 죽음을 알게 된 딸이 자살을 택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사랑이란 것이, 엄마와 딸의 사랑이란 것이 정말 죽을 만큼, 죽일 만큼의 사랑을 갈구해야 하는 것일까?
진정 사랑한다면 상대를 자유롭게 해 줄 여유는 없는 것일까?
스스로 좀 더 성장하고 성숙할 수는 없는 것일까?
책을 읽는 내내 사랑이기보다는 집착이고 집착이라기보다 편집증에 가깝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말이란 건 무엇을 위해 존재할까요?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마음을 알기 위해, 마음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저에게는 그런 의미였습니다. 아마 많은 사람이 똑같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타도코로에게 말이란 다른 의미를 가진다는 걸 지난 1년 사이에 알 수 있었지요. 말은 싸우기 위해 존재했어요.(p.251)
아내의 삶을 이해하면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남편 타도코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아내를 위로하기 위해 말을 했다면 상황은 변했을 텐데...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던 남편의 무능함이 결국 자신이 꿈꾸었던 '아름다운 가정'을 지키지 못했음을 알기나 했을까?
한 남자를 택하여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루고 나면 또 하나의 우주가 만들어진다.
새로운 우주가 만들어지면 과거의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과거에만 매달려 현재를 부정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닐 것이다.
과거가 아무리 아름답고 찬란할지라도 주어진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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