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여디디아 2023. 5. 22. 13:05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지붕 위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달들을 셀 수도 없고

벽 뒤에 숨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들을 셀 수도 없으리.

                   - 사이브에타브리지의 시 [카불] 중에서 - 

 

책의 제목을 카불이란 시 중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할레드 호세이니의 책 제목은 특이하게도 詩나 책의 제목에서 따 온 것이 이색적이다.

'연을 쫓는 아이'나 '그리고 산이 울렸다'도 글 중에서 가져왔음을 글을 읽으면서 알았다.  

할레드 호세이니의 세편의 작품 중에서 두번째의 작품이다.

'연을 쫓는 아이' 다음에 나온 작품인데 역시 최고의 작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연을 쫓는 아이의 주인공이 남자아이였고 이번 작픔의 주인공은 여자아이다.

 

'연을 쫓는 아이'와 '그리고 산이 울렸다'를 읽으며 작가가 바라보는 인간의 따뜻함이 감사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인간의 따뜻함 속에 감춰진 인간의 잔인함과 비열함이 숨겨져 있다.

전쟁 속에서 연약한 여자들이 살아가기가 얼마나 버겁고 힘겨운지를 나타내는지 보여주기 위함일 것이다.

소설에서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 현재진행형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기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하라미(사생아를 비하하여 일컫는 말)로 태어난 마리암은 잘릴이라는 부잣집 하녀 나나에게서 태어난 딸이다.

잘릴은 딸 마리암을 만나기 위해 정기적으로 나나의 집을 방문하여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감당하지만 어느 날 마리암과의 약속을 어기고 아버지를 만나러 간 마리암을 내침으로 마리암을 배반하고 나나를 죽음으로 내몰고 이로 인해 서른 살이 많은 홀아비인 라시드와 결혼을 시킨다.

주어진 삶을 거절할 수 없는 마리암은 결혼생활 중 유산으로 인해 아이를 낳지 못하고 폭행과 폭언속에서 짐승 같은 삶을 살아간다.

 

라일라는 교사인 아버지와 신여성인 어머니에게서 교육을 받지만 전쟁으로 인해 오빠 둘을 잃은 어머니로부터 카불을 떠나지 못하고 결국 부모를 잃고 사랑하는 타리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라일라는 라시드의 후처가 되어 마리암과 라시드와 함께 살아가게 된다.

라시드의 비열함과 거짓이 탄로나고 결국 라시드의 폭행을 견디다 못한 마리암과 라일라는 라시드를 죽이게 되고 마리암은 라일라를 위해 모든 죄를 되짚어 쓰고 사형을 당하게 된다.      

 

그의 눈길은 무관심했고, 그녀의 눈길은 유순하고 포기하고 거의 미안해하는 듯 했었다.

미안해하다니! 마리암은 이제, 똑같은 그 눈을 보며 자신이 얼마나 바보였는지를 깨달았다.

그녀는 자문해 보았다.   내가 그를 기만하는 아내였나? 독선적인 아내였나? 떳떳하지 못한 아내였나?

수치스러운 여자였나? 천한 여자였나? 내가 무슨 나쁜 짓을 했기에, 이 남자의 악의와 구타를 계속 감수해야 했는가? 

그가 아플 때 간호해주지 않았던가? 그와 그의 친구들을 위해 음식을 대접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모든 게 끝나면 설거지와 청소를 하지 않았던가? 

이 남자에게 내 젊음을 바치지 않았던가?

나는 이 남자의 비열함을 견뎌야 마땅한 사람인가?

라시드는 벨트를 바닥에 던지고 마리암을 향해 덤볐다. 벨트를 바닥에 던진다는 것은 맨손으로 뭔가 할 일이 있다는 말이다.

......

마리암은 그때 그것을 끝내지 않는 것이 소용없는 짓이며, 어쩌면 무책임한 짓일지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  

(p.486)

   

다행인 것은 비극적인 삶 중에서도 라일라가 혼자만의 행복을 선택하지 않고 아버지의 가르침을 깨닫고 다시 카불로 돌아와 전쟁 중 어린이들을 위해 고아원을 설립하고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겪었던 불행을 대물림 하지 않고 다음세대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은 마리암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부모님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아프가니스탄에 다시 평화가 오는 것처럼 보였는데 다시 전쟁이 시작되고 지금도 자유롭지 못한 약자들이 비참하게 살아간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첫 소설 '연을 쫓는 아이'가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을 뒤로하고 미국으로 건너온 아프간 이민자들에 관한 이야기여서 호세이니가 말한 바와 같이 '어느 정도까지는' 자신과 가족의 이민 생활이 투영된 것이라면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뒤에 남아 그 비극을 살아내야 했던 평범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첫 소설이 아프간 남성들, 특히 소년들의 이야기라면, 두 번째 소설은 '아프간 여성들에게 바친다'하는 헌사가 말해주듯이 아프간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다.  (p.588)

 

소설의 뒷부분에 옮긴이의 말과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전체적인 설명이 나와 있어서 이해하기가 쉽다.

정말 좋은 소설이다.

앞으로 호세이니의 작품은 무조건 무조건이다~~~

강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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