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산이 울렸다
할레드 호세이니 /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잘잘못에 대한 생각을 넘어선 저 멀리에 들판이 있다
나, 그대를 그곳에서 만나리.
-13세기 시인 잘랄 아드딘 루미
할레드 호세이니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미국 작가로 의사출신이다.
전작 '연을 쫓는 아이'에 이어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 두 번째 작품이고, 세 번째 작품인 '그리고 산이 울렸다'이다.
지난번 책도 빌려 읽은 것이고 이번 책도 빌려 읽은 것이라 책을 소장하는 나로선 아쉬움이 많다.
이렇게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다.
지난해부터 '독서모임'을 만들어 한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가지고 각자 읽은 책을 소개하며 나누는 자리에서 알게 된 책이다.
'연을 쫓는 아이'도 그랬도 이 책도 600페이지를 육박하지만 손에서 책을 놓기가 싫다.
전체적인 맥락은 '연을 쫓는 아이'와 비슷하다.
작가는 기본적으로 따뜻한 사람이란걸 알게 된다.
아프가니스탄의 특징이 변함없이 잘 그려져 있다.
전쟁으로 변해버린 국가의 흉상, 국가보다 더 급격하게 변해버린 사람들의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근본을 잃지 않고 스스로를 지켜나가려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
등장인물들 대부분이 자신보다 남을 위하여 헌신하는 모습을 보며 작가의 마음이 얼마나 따뜻한지를 엿본다.
1부 1952년 가을에서부터 소설은 시작된다.
샤드바그라는 작은 마을에 사부르라는 젊은 남자가 일곱살의 압둘라와 세 살의 파리라는 남매에게 동화를 들려준다.
"마이단 사부즈 마을에 디브(악마)와 진(신령)과 거인들이 땅에 돌아다니던 아득히 먼 옛날에 아유브라는 농부가 살았다. 너무 가난해서 먹고살기도 힘들었지만 아들 셋과 딸 둘이 있었는데 아유브는 막내인 카이스를 무척이나 사랑했다.
악마가 마을에 나타나면 마을에서 아이 하나를 내줘야 하는데 어느날 악마가 사브즈 마을에 나타나고 마을 사람들이 내기를 하게 되고 결국 아유브가 가장 사랑하는 카이스를 악마에게 내어주게 된다. 카이스를 악마에게 주고난 후 아유브는 미친 듯이 살다가 악마를 찾아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너무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 카이스를 보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아유브는 카이스를 잊어버리는 축복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어린 남매에게 들려준다.
압둘라의 엄마는 파리를 낳다가 죽고 사부르는 파나와르라는 새 여자를 맞이하여 다시 아이들을 낳게 된다.
압둘라는 새엄마와 아버지를 대신해 파리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밥을 먹이고 걸음마를 가르친다.
어린 동생 파리에게 오빠 압둘라는 엄마이자 오빠이다.
파리가 깃털을 좋아하자 압둘라는 어렵게 산 운동화를 팔아 깃털과 바꾸어 파리에게 준다.
압둘라와 파리는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은 채 늙어 죽을 때까지 같이 있겠다고 약속을 하지만 사부르는 파리를 카불에 있는 술레이만 와다티에게 팔아넘긴다.
카불로 파리를 데리고 가던 날, 아버지에게 맞으면서 압둘라는 파리를 쫓아간다.
그리고 파리를 두고 집으로 돌아올 때 압둘라는 살아야 할 존재의 이유조차 잃고 만다.
2부에서 파리가 카불에 남겨진 후, 소설은 남매에 대한 소식을 전하지 않고 주변사람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마지막에 남매의 상봉을 위하여 과정에서의 여정이 스토리로 이어진다.
등장인물들 모두가 스쳐갈 수 없는 인물이고 의미가 부여되고 고단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들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줌으로 국가를 이루고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본다.
9부 2010년 겨울,
압둘라의 하나뿐인 딸 파리의 고백이 이어진다.
동생을 잊을 수 없는 압둘라는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되고 하나뿐인 딸의 이름을 파리라고 짓는다.
'나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사탕이나 딱지에 한 푼도 쓰지 않고 돈을 모아서 돼지 저금통
-그러나 돼지가 아니라 바위에 앉아 있는 인어 형상의 저금통이었다-에 넣고 그것이 다 차면 열어서 돈을
호주머니에 다 넣고 내 아버지의 여동생을 찾아 나서는 상상을 했다.
나는 그녀를 돈으로 다시 사서 아버지한테 데려다주고 싶었다.
나는 아버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의 슬픔을 걷어내는 일보다 내가 더 원하는 건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었다.(p.492)
아버지?
응?
동생은 착한 사람이었어요?
완벽했다.
완벽했단다. 너처럼.
(p.493)
아버지와 딸의 대화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목이 메고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평생 동생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안고 살았던 압둘라와 아무것도 모른 채, 무언가의 부재를 느끼며 허전하게 살았던 파리의 삶이 내겐 견딜 수 없는 슬픔을 느끼게 한다.
압둘라가 치매로 사람을 알아볼 수가 없게 되고, 파리가 관절염으로 손가락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나이,
58년의 세월이 흐른 후 남매가 만나지만 압둘라는 동생을 알아보지 못한다.
압둘라가 치매 판정을 받은 날 동생 파리에게 쓴 편지를 딸 파리가 고모에게 전한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나는 곧 내가 빠져 죽게 될 물속으로 들어가야 한단다.
그래서 들어가기 전에 너를 위해 기슭에 이것을 남기는 거야.
동생아, 네가 언젠가 이걸 보고 내가 걸어 들어갈 때 어떤 마음이었을지 알았으면 싶어서다.'
2007년 8월
여동생인 파리가 삶에서 느낀 부재를 오빠와 조카로 인하여 가득하게 채우고, 조카 파리가 고모와 사촌을 통해 가족으로 인한 행복을 느끼는 모습에서 그나마 내가 위로를 받는다.
정말 훌륭하고 좋은 책이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내가 구매해서 읽어야겠다.
강추입니다.
추신: 어제오후부터 너무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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