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길~~~게 느껴진 건 추위 때문만은 아니다.
언제쯤 따사로운 햇빛이 비추어 캠핑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기다림이 문제였다.
3월이란 말과 봄이라는 말은 동시에 나온다.
3월을 기다리며 2월에 '숲으로' 사이트에 들어가 휴양림 신청을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남편과 각각 하나씩 신청을 했는데
나는 미당첨이고 서방이 당첨이 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3월 10일을 기다려 다시 신청했는데 둘 다 미당첨이십니다라고 카톡이 떡~~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캠핑 갈 마음에 한껏 들떠 있는 금요일 밤,
저녁생각이 없어서 빵을 조금 먹었는데 속이 더부룩하고 기분이 좋지 않다.
두 시간이 지나도 여전하기에 화장실로 달려가 저녁에 먹은 빵과 오후에 먹은 커피와 뭔지 모를 또 어떤 것까지
변기에다 웩웩대며 쏟아 놓았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이번엔 뱃속에서 천둥번개가 요란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마신 물과 국과 커피와 침까지 주르륵....
변기에 반납했다.
그러고도 밤에 배가 아프고 쓰리고...
이런게 토사곽란이란 거구나.
그래도 내일 캠핑은 가야겠다....
캠핑을 할수록 짐이 줄어든다.
텐트를 싣다보니 타프가 없어진 걸 확인하고, 고기를 굽다가 양념통이 분실된 걸 알았다.
타프를 구매하기 위해 고릴라캠핑장앞에서 한 시간을 기다렸는데 지난번 보다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다.
블랙코팅이라 구매하고 싶은데, 쫀쫀한 서방이 다음으로 미루고 말았다는...
화천숲속야영장은 집에서 1시간 30분 거리이다.
시간도 많고 오랜만의 여행이라 서방이 춘천고속도로를 다시 한 바퀴 돌아가는 통에 짜증이 났다만..
어제 난리를 친 뱃속이 편치 않아 야영장 입구에 있는 배후령식당에서 간단하게 두부로 점심을 챙겼다.
직접 재배하는 국산콩으로 만든 두부는 고소하고 달콤하다.
화천숲속야영장은 관리가 잘 되어 있다.
화장실이며 샤워실, 캠핑센터의 모든 것이 리조트인 것처럼 깔끔하다.
야영장은 쇄석과 데크로 되어 있는데 나는 데크를 이용하지만 차박을 하는 분들과 커다란 텐트를 가진 분들은 쇄석을 이용한다.
요즘 텐트는 안에 거실과 방이 제대로 갖추어져 멋지다.
젊은 사람이야 가능하지만 우리에겐 무리이다. 지금으로 만족한다.
이른 시간에 도착을 했기 때문에 기다리란 안내에 산책로를 한 바퀴 돌았다.
파랗게 돋아나는 이끼가 반가워 잠시 손으로 만져본기도 한다.
전기를 사용할 수 있어서 전기요와 전기포트와 난로까지...
밤에도 춥지 않고 라면이나 누룽지를 끓이는데도 수월하다.
2천 원짜리 온수카드로 아침저녁에 뜨거운 물로 샤워까지 하고 나니 경치 좋은 리조트에 온 듯하다.
텐트를 정리하고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행복이란....
캠핑의 진정한 맛은 바로 이거!! 라며 엄지척도 해본다.
이른 봄밤의 바람은 아직도 차고, 봄 새벽의 바람도 차다.
비가 온다는 소식과 예배에 늦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누룽지를 끓여 아침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다시 시작하는 캠핑에 대한 기대와 캠핑을 마친 후의 충만함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좋다, 좋다.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