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대와...

정월대보름

여디디아 2023. 2. 6. 11:20

 

정월대보름

설날이 지나고 대보름이 다가오면 무엇보다 오곡밥이 먹고 싶다. 

해마다 오곡밥을 짓는 것은 나누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보름달처럼 풍성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이들과 밥을 나눈다는 것,

 고마운 마음, 사랑의 빚을 안고 있는 이들에게 정성을 들여 밥을 지어 나누는 기쁨은 말로 할 수 없다.

마음을 표현하는 일은 저마다 다르지만 특별히 물질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저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는 나는

대보름날을 빌미로 밥 한 그릇씩 돌리며 고마운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을 표시한다.

 

인도네시아에 계시는 형부는 추석과 설날에 한국에 오신다.

오실 때마다 여러가지 선물을 들고 오시고, 오셔서는 맛있는 음식을 사주신다.

80이 가까운 형부에게 가능하면 집밥을 지어서 대접하려고 한다.

이번엔 대보름이 겹쳐서 우리 집에서 오곡밥을 대접하기로 하고, 근처에 있는 오빠와 언니 동생을 불렀다.

코로나가 주춤하는 사이, 약속이나 하듯이 결혼식이 있어서 서방과 막내는 결혼식에 참석해 세련된  뷔페음식으로 식사를 하고 우리는 집에서 오곡밥과 나물로 식사를 나누었다.

작은올케가 식혜를 만들어서 보냈는데 올케언니의 식혜솜씨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

너무 달지도 않고 밥도 넉넉하고 감칠맛이 일품이다.

 

일주일전부터 잡곡을 준비하고 나물을 마련하고 목요일 부터 다듬고 씻고 삶고 볶고 뿌렸다..

올해도 9가정에 밥과 나물을 나누었다.

오곡밥 5솥을 짓는 것은 대보름날의 행사이다.

고마워하며 기쁘게 받아주는 이들이 맛있게 드신다면 정말 감사한 일이다.

 

오곡을 고르는 내 손끝에 든 정성과 나물을 볶는 내 손가락의 수고에 그들을 향한 사랑이 오롯함이 감사하다.

때마다 베풀어주는 사랑에 감사의 표시를 못한 나의 빚진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주면 족하다.

그들이 있기에 오늘도 난 나뭇가지에 걸린 아파리처럼, 이파리 위에 펼쳐진 꽃송이처럼 환한 웃음으로 살아간다. 

대보름 달은 쳐다보지도 못했지만 대보름이 정말 감사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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