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바위
한라산 진달래는 이제부터 시작
윗세오름
지난봄, 한라산을 등반하면서 세월이 나를 중심으로 흐른다는 것을 알았고 비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깨달은 순간, 한라산을 졸업했다. 아쉽지만 과감하게 인정하고 내려놓았다.
아직은 내게 남벽분기점이 남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 말이다.
새해가 시작되고 아이들로부터 세배를 받으면서, 정초에 들어앉은 생일을 기억하며 생일선물에 몰두했다.
무엇을 요구해야 후회하지 않을까, 무엇을 받아야 의미가 있고 일 년을 즐겁고 행복할까를 생각하다가 무릎을 탁!! 쳤다.
"큰아들은 등산화를, 작은아들은 제주도 2박 3일간의 숙박권을 준비해다오"
당당한 요구에 주현이는 딱 맞는 등산화를 생일에 맞추어 배달시켰고, 세현인 마음에 드는 숙박업소를 고르라며 제주도에 있는 숙박 리스트를 보내왔다.
몇 년 전에 한화리조트에 갔으니 이번엔 금호리조트가 어떠냐기에 두말없이 정했다.
"엄마 누구랑 갈 거야? 새아빠랑 갈 거야?"라는 질문에 애인 하나 만들어 두지 못한 허망함에 눈물을 흘리며
"헌 아빠랑 간다"며 답장을 보내고 말았다.
24시간을 함께하는 헌 남편과 여행을 하자니 그날이 그날 같고, 새로운 기분이 들지 않아 곁에 있는 동생에게 같이 가자고 하여 모처럼 동행하기로 했다.
예전부터 남벽분기점엘 같이 가고 싶었던 마음이라 유난히 기다려지기도 했다.
23일 새벽에 출발한 여행은 김포에서 첫 비행기로 출발을 했고 약속된 시간에 제주도에 도착을 했다.
렌터카를 찾아 영실에 도착을 하니 9시가 조금 지났다.
영실에서의 출발은 언제나 설레고 들떠 발걸음이 나도 모르게 허공에서 헤맨다.
오백나한을 바라보며 병풍바위를 바라보며 힘들어하는 서방과 동생이 신경 쓰이지만 생각보다 동생은 씩씩하다.
한라산의 진달래는 이제야 피어나기 시작하는데 동생은 진달래가 분재라며 놀란다.
유난히 키가 작고 붉은 진달래는 얼마나 조롱조롱하게 매달려 있는지, 앙증맞고 귀엽고 예뻐서 눈길을 붙잡고 발걸음을 붙잡기에 충분하다. 높은 곳에 오를수록 입만 뾰족하게 내밀고 한라산에 가까울수록 잠에서 깨어나지도 않고 뾰로통한 모습 또한 신기할 뿐이다.
5월을 지나고 6월이 되어도 진달래와 철쭉을 볼 수 있는 한라산이라 다시 한번 오고 싶은 은근한 욕심까지 품게 한다.
코로나로 인해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서방이 계단이 힘겨워 헉헉대고, 이제는 남벽분기점도 졸업이라며 투덜댄다.
동생 또한 힘들다고 헉헉대지만 이런 경치 앞에서 이 정도의 힘듦은 예의가 아니냐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제부는 뒷산을 거닐듯이 혼자 경치에 취해서 여유를 즐긴다. 물론 나도 경치에 취해서~~~ ㅋㅋ
오르막을 지나 선작지왓에 이르니 동생이 기함을 한다.
아무렴!
이곳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곳에서 남벽분기점까지의 길이라니!!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라는 가사가 딱 어울리는 곳이 아닌가 말이다.
윗세오름에서 컵라면과 컵밥을 먹고 남벽분기점까지 갔다.
중간에서 계곡 공사를 하는데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있다. 서방의 얼굴에 갑자기 활기가 띠면서 출입금지라고 큰소리가 나온다. "그 정도 검색 안 했을리가요! 갑시다" ㅋㅋ
멀리 남벽분기점이 보이자 동생이
"아 저기네, 갔다 치고 여기서 돌아가자"라고...
"그럴 리가요. 여기까지 왔으니 찍어야지요" ㅋㅋ
남벽분기점 앞에서 인증숏을 날리고 커피를 마시고 두발과 다리에 한라산 남쪽 바람을 쏘여 주고 돌아오는 기분은 여전히 최고다.
금호리조트 옆 큰엉 식당에서 흑돼지구이를 먹으며, 한라봉 막걸리 한잔을 들이켜는 맛이라니.. 캬~~~
제부 앞에서 술주정하기 전에 일찍 주무시고 말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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