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삼척여행

여디디아 2021. 7. 5. 16:22

요즘 장미는 이런 나무에서 핀다^^

 

수로부인 헌화공원
공원 정상에 있는 카페

 

 

덕봉산 해안 둘레길을 걸은 후 '할머니네 부엌'을 향해 신바람이 나게 달렸다.

해물이 듬뿍 들어간 칼국수를 기대하는 척 하지만 내심 가자미 회무침이 먹고 싶다.

어릴 적 가자미를 사다가 무를 썰어 넣어 무친 것이 '회'인 줄 알았다.

아버지가 영천장에서 사오시면 장독대 뚜껑(추발)에다 새콤달콤 매콤하게 무쳐서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다시 그 맛을 느낄 수 있으려니... 

 

기대를 품고 달려간 곳이 조용하고 적막하다.  

문을 두드리고 '여보세요'를 외쳐도 조용하다.

사방을 돌아봐도 전화번호 조차 보이지 않아 동네분들에게 여쭈었지만 '모른다'는 대답만이 돌아온다.

'오늘 벌써 여려명이 다녀갔다'는 할머니의 말씀을 들으며 씁쓸한 기분을 숨길 수 없다.

'이럴 거면 TV에 소개나 하지 않았어야지'...

근처 식당에 가서 회덮밥을 먹었다.

 

캠핑장으로 가려니 시간이 넉넉하여 장미공원으로 향했다.

넓은 공원에 수만 송이의 장미가 피었다가 지고 있다.

각양각색의 장미꽃이 이쁘다.

모처럼 꽃밭에서 마음을 다듬으며 나도 꽃처럼 이쁜 마음을 품고 싶어 마음을 정리했다.

꽃 보다 가시가 많은 마음이 쓰리다.

 

원덕면 임원항에 있는 수로부인 헌화 공원을 찾은 건 산 위에 보이는 풍차와 정자가 어쩐지 걷기에 좋을 거 같아서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시간은 1분이면 충분하다.

일반인 3000원인데 경로우대로 서방은 1500원이다.     

'난생처음 경로우대를 받아본다'며 좋아한다.

 

언제부터인지 모든 길과 계단이 데크로 만들어졌다.

걷기에 편안하고 보기에도 깔끔하지만 어쩐지 황토흙이 그리워진다.

잘 꾸며진 공원에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망원경을 통해 흐려서 보이지 않는 울릉도를 찾느라 헤맨다.

정상에 카페가 있어 들어가니 노인일자리 창출로 할머니 세 분이 커피를 내리고 생강차를 휘젓는다.

생강차 한잔씩을 마시고 수로부인이 누구인지를 확인하며 맑은 공기와 푸른 바다,

외롭게 머문 바지선을 바라보고 파라솔 아래에서 횟감을 파는 부지런한 어촌을 바라본다.

 

낭떠러지 바위 위에 있는 꽃을 꺾어달라는 수로부인의 부탁이 씁쓸하다.

꽃 한 송이를 위해 누군가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권력의 단편을 용서하며 헌화 공원까지 조성한 힘없는 백성 중의 

한 명이 바로 나라는 사실이다. 

 

처음 와본 삼척시..

레미콘 공장이 많고 넓은 바다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곳,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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