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나는 홍범도

여디디아 2021. 9. 17. 09:30

나는 홍범도 

 

송은일 / 바틀비

 

 

빛나는 사랑으로

 

홍범도

"고조는 경래시오, 증조는 장양이시라, 조부는 문호시고, 아비는 준식이요, 어미는 황가 아희이고, 나는 홍가 범도요"(p.131)

고조부 홍경래의 피를 이어받은 그의 삶은 '개인'이 아닌 '나라'가 우선이다.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들은 후, 평범한 일상에서 나라를 위하여 분연히 일어난다.

"드물게 썩 용감한 자, 혹은 드물게 아주 우둔한 자만이 모든 위험을 무릅쓴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나는 용감한가, 우둔한가! 용감함과 우둔함 사이에 앉아서 호시기를 불러다 앞에 두고 계속 그 말을 생각하고 있었어요"(p.37)

산에서 내려오는 호랑이에게 물려가는 시대였으니 보통의 사람들은 호랑이에게 물려가는 것이 무서웠지만 범도는 '일본인'을 호시기로 보고 있다.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 용기가 나지 않지만

"내가 나서지 않을, 나라고 나서지 말라는 까닭도 없더라는 것"을 이유로 일본의 놀음 앞에, 위태로운 나라 앞에서 방관자가 될 수 없었다.

신중하면서 대범하고 조심스러우면서 과격한 사나이(p.46) 홍범도

 

신계사 지암스님의 심부름으로 신충사로 가던 여천은 발을 다쳐 쉬고 있는 모지스님을 만나게 되고 첫눈에 인연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모지스님에 대한 사랑을 견디지 못하고 밤마다 산을 넘어 신충사에 있는 모지스님을 만나 사랑을 나누게 되고 임신과 결혼까지 하지만 산적들을 만나 모지스님을 잃게 된다.

모지스님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아름답고 애달픈지.

나라를 구하려는 사나이의 마음 자락에 여인에 대한 사랑이 변할 줄 모르고 날마다 우둑우둑 자라고 꽃이 피는지.

5년이란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난 이옥영과의 짧은 삶은 어쩌자고 나를 위로한다.

 

조선을 삼키려는 일본군에게 빌붙어 호화롭게 살아가는 친일파들을 경멸하며 자신의 모든 안위를 내던지고 오직 나라의 자존을 찾기 위하여 고군분투한다.

'적과의 싸움보다 내부에서 분란이 일지 않도록 하는 게 먼저라는 것, 적군과의 전쟁보다 아군이 먹고사는 전쟁이 더 크다는 것'이 그의 사상이다.

호좌의진에 합류하여 절친한 김수협을 잃게 되었을 때의 아픔은 말할 수 없다.

나라를 구하기 위하여 한마음 한뜻으로 적과의 싸움을 원했지만 양반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유인석 부대의 행태를 보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나라를 구하려는 의병들은 결국 가난하고 억울한 사람들이 많다.

일본인이 내정까지 간섭하는 현실에 억울하고 분한 사람은 의외로 먹을게 없고 입을 게 없는 상민들이다. 그들은 개인보다는 나라를 걱정하며 목숨을 내놓고 일본인과 맞서 싸운다.

 

크고 작은 전쟁을 치르는 홍범도는 큰아들 용범과 아내 옥영을 일본군으로 인해 잃으면서 자신을 되돌아본다.

'아내와 아들을 잃고 나니 무엇을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는지, 다시 또 스스로를 회의하게 됐다. 아내와 아들을 지키지 못한 채 나라를 구한다는 게 의미가 있는가. 이따위 나라를 구해서 뭘 한단 말인가. 나는, 뜻은 사라지고 행위만 남은 전투를 버리고 있는 게 아닌가. 아편에만 매달려 산다는 아편쟁이처럼 전투 행위에만 매달려 사는 게 아닌가'(p.360)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인간적인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다.

그럼에도 그는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다시 싸우고 무찌르고 승리한다.

 

'조선과 조선인을 눈 아래로 내리 보는 오만한 일본 것들'을 물리치기 위한 그의 삶은 치열하고 섬세하며 용감하고 대범하다. 비록 적의 무기로 적을 치는 것, 친일분자들에게서 뺏은 일본 돈으로 독립군들을 먹이고 입히며 키우는 것, 늘 모자람으로 독립군들은 한 번도 넉넉히 먹어본 적 없고 충분한 실탄을 가져본 적도 없지만(p.443) 나라를 일으키기 위한 독립군들의 위대함은 학교를 세우고 다음 세대를 양성하는 모습을 보며, 오늘의 대한민국을 돌아보게 한다.

 

 책을 가까이 하여 기회가 닿을 때마다 독서로 스스로를 채워가는 용기, 자신만을 고집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기꺼이 선택함으로 탁월한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갖추어가는 모습에서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본다.

나라를 사랑하는 눈부신 마음, 애달프게 간직하는 옥영과의 사랑, 아버지를 닮아 전쟁에 능한 둘째 아들 용환과 일본군을 쓰러뜨리며 죽어간 아들 용범에 대한 사랑이 눈이 부시게 빛난다.

 

의병들은 이겨도 이긴 게 아니라는 생각이지만, 일군은 져도 진 게 아니라는 오만과 자부심으로 가득하다.

황후가 일본인에게 시해를 당해도 방관만 하는 정치와 기회를 타서 친일분자로 자신의 안녕만을 위하여 개기름을 칠한 친일분자들,

대가도 없고, 힘없는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내놓으며 지키고자 하는 저 빛나는 독립군에 대한 우리의 마음은 어떠한가!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얼마 전 그리운 고국으로 돌아왔다.

혹시 아직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유해들이 있다면 침묵하지 말자.

이제 그분들의 수고를 우리가 갚아야 할 때가 왔다.  

 

오늘 내가 이렇게 빛나는 자리에서 빛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

빛나는 사랑으로 지켜내고자 했던 그분들의 헌신이었음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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