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우리가 쓴 것

여디디아 2021. 8. 14. 12:58

우리가 쓴 것

 

조남주 / 민음사

 

 

페미니스트(feminist)

여성의 자유와 권리의 확대, 성평등을 주장하는 사람

 

몇 년 전, '82년생 김지영'이란 소설이 출판계와 여성계를 뜨겁게 달구었었다.

조남주란 작가를 알게 된 것도 그때였고, 미루다 읽은 책은 무척 마음에 들었었다.

 

조남주 특유의 여성의 자유와 권리를 확대하여 찾아가는 소설이다.

남자와 여자, 우리의 윗세대들이 끔찍하게 여겼던 남아 선호 사상을 우리는 조금씩 지워나가고 있다.

아들 타령만 하던 부모님들이 결국 잘난 아들 때문에 노년을 불행하게 보내고 딸에게 민망하게 살아가는 현실이다.

물론 나도 피해자 중의 하나이다.

그런 세대들로부터 벗어나고자 조남주는 목소리를 내고 그 용기에 동참하며 응원한다.

 

단편과 중편을 모은 책인데 여성이 중심을 이룬다.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탓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인생의 길을 또박또박 걸어 나가는 모습을 비중 있게 다룬다.

누구에 의해서, 누구를 위하여, 누구 때문에가 아니라 오롯이 '나'가 삶의 중심이 된다.

 

매화나무 아래서

오기

가을

미스 김은 알고 있다

현남 오빠에게

오로라의 밤

여자아이는 자라서

첫사랑 

 

'매화나무 아래서'와 '오로라의 밤'은 이어진 소설이라고 봐도 된단다.

'매화나무 아래서'는 자매들의 노년의 이야기가 닮 겼다.

치매로 인해 요양원에서 지내는 큰언니와 가족들, 치매환자들의 단념과 포기, 그중에서도 할머니의 헌신을 잊지 않는 손자의 정성,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폐암으로 먼저 떠난 작은언니, 막내인 나는 요양원에 계시는 큰언니를 뵈러 가고 언니와의 대화를 기억한다.

 

'오로라의 밤'은 고등학교 선생님인 나는 딸이 애걸해도 '절대 아이는 안 봐준다'며 매정하게 돌아선다.

홀로 남은 시어머니와 과부인 내가 캐나다로 '오로라'를 보러 가는 것이 주내용이다.

딸과 어머니의 갈등과 속내를 잘 그려내고 있다. 

 

이미 읽었던 '현남 오빠에게'는 다시 읽어도 즐겁다. 물론 마지막이 즐겁다.

대학생이 된 첫날에 만난 현남 오빠는 나의 모든 생활을 자기에게 길들여 놓고 원하는 데로 지내왔고 마침내 청혼을 한다.

청혼을 거절하기 위해 카페에 앉아 편지를 쓰는 내용인데 편지가 아니라 고발장이다. 

요즘 유행하는 가스 라이팅이라고 보면 된다.

 

'오빠가 아무것도 할 물 모르는 나를 돌봐줬던 게 아니라 나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들었더라.

 사람 하나 바보 만들어서 마음대로 휘두르니까 좋았니? 청혼해 줘서 고마워. 덕분에 이제라도 깨달았거든.

 강현남, 이 개자식아!'(p.190)   

 

현남 오빠가 이끌어 가는 대로 살아온 '나'에게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혼자서의 삶이 두려워서 현남 오빠만 의지했던 '나'에게도 문제가 있고, 이제라도 깨달아 자신의 삶을 찾겠다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마지막 한마디가 나를 통쾌하게 한다.

 

현남 오빠에게 하는 말의 내용처럼,

소설은 '여자'라는 개체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나선다는 내용이다.

무조건 참아야 하고, 무조건 양보해야 하는 남성 우월주의를 벗어나 오로지 '나로서의 나'를 찾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물론 내 생각이다.

그렇다고 남성을 나쁘게 표현하지는 않았다. 

 

조남주의 소설은 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니까 엄마, 업데이트 좀 해"라는 딸의 말처럼

그러기 위해서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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