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할미전)
할머니와 손녀 간의 이야기라 여기고 들뜬 마음으로 구입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손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손녀, 할머니와 가장 잘 통하는 손녀
엘사!
할머니는 엘사를 위해서라면 못할 짓이 없고, 못하는 일이 없다.
세상의 모든 할머니가 그런 것처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사랑하고 아낀다.
일곱 살짜리 손녀인 엘사는 나이답지 않은 성숙함과 풍성한 감성, 세상을 터득한 지혜가 가득한 아이다.
여덟 살은 앞둔 아이가 감히(?) 이러한 생각이나 말을 한다는 것은 물론 가당치 않은 일이다.
어른도 힘든 이해와 반짝이는 슬기로움, 어른도 꼼짝 못 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까지 가지고 있는 엘사는 세상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군인 할머니가 계신다.
부모가 이혼을 하고, 재혼한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엘사는 이혼가정의 애매모호한 상황과 감정을 잘 끌어낸다.
이혼한 아빠와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있고, 새아빠와의 관계에도 소홀하지 않으려 하지만 새아빠와 엄마에게서 태어난 동생 '해리'에 대한 사랑과 질투심까지 세밀하게 나타낸다.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엘사의 슈퍼 히어로인 할머니가 암으로 죽어가는 과정과 장례식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할머니는 엘사에게 편지 심부름을 시킨다.
작은 아파트에 옹기종기 살아가는, 예부터 대대로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남긴 편지를 엘사가 배달한다.
편지를 배달하면서 할머니가 쓴 편지의 내용을 들어가며,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더해가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엘사를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죽음 앞에 서면 우리는 남겨진 사람에게 미안한 일만 기억되는 것일까. 그럴 수도 있겠다.
함께 살아가는 이웃에게 편지를 남긴 할머니의 공통된 말은 '미안하다'이다.
일상에서 있었던 소소한 부딪힘과 서운하게 뱉어버린 말, 순간적인 감정으로 미워했던 일과 실수로 했던 잘못까지 기억하며 일일이 미안하다는 편지를 남긴다.
편지를 받는 이들에게 할머니가 얼마나 든든한 버팀목이었으며 위로자가 되었는지를 알아간다.
상처를 입은 사람들, 상처가 남긴 흔적을 안고 가는 이들에게 흔적을 지우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엘사가 몰랐던 어른들의 삶을 이해하면서 그들에게 보였던 좋지 않았던 일을 용서하며 사랑하기에 이르는 일곱 살짜리 아이를 보며,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도 깨닫는다.
세상 모든 사람은 고통이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것을 이기며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상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끌려가는 사람이 있다.
누군가 나를 이해 해주기 보다는 스스로 이겨내려는 노력도 필요하기에 우리에겐 친구가 필요하다.
마음을 나누는 친구, 나의 아픔이나 고통을 나누는 것만으로 이미 치유의 길로 들어선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요란한 할머니와 손녀,
특이한 사람을 평범하게 만들지 않고 특이한대로 인정하면, 그들로 인해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고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무엇보다 사랑으로 감싸줌으로 상처가 치유되며 회복된다는 사실과 그러기 위해선 나를 고집하지 않아야 함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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