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요즘 좀 어떠니?
바른북스 / 박상길
아이를 품은 모든 아빠에게 드림
책 표지에 작은 글씨로 쓰인 문장에 울컥~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서 키우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가장 막중한 사명이 아닌가 싶지만
결혼을 하고 내 곁을 떠나가고 나니 할 일이 끝났나 싶어지기도 하다.
이 한 줄의 문장을 읽는 순간,
내가 살아가는 그날, 그 순간까지 내가 낳은 아이들을 품고 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니 어쩐지 뭉클한 눈물이 흐른다.
아들! 요즘 좀 어떠니?
어쩌면 이렇게 내 이야기를 세세하게 옮겨 놓았을까 싶어 진다.
평범한 가정에 아들 둘과 남편과 가장 힘센 아내,
여전히 남편을 이기는 건 아내이고 아내를 이기는 건 자식이다.
가정의 중심은 교과서적인 모범 답안으로 하면 남편과 아버지가 되겠지만 그야말로 책에나 나올 말이다.
그것도 한참 전 세대의 교과서에..
부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지는 이미 오래전이다.
우리 집이나 작가의 집이나.. 거기서 거기다.
두 아들을 키우면서 좌충우돌하는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겼다.
작가의 특성상 멋을 부릴 줄도 모르고 풍선효과처럼 부풀리기도 못한다.
밥을 먹으면 밥으로, 갈비를 먹으면 갈비로, 라면이면 또 라면으로..
아들이 백점이면 백점으로 30점이면 30점으로...
줄을 잘 서서 좀 더 좋은 보직을 바라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자리의 권위를 때로 부럽게 바라보는 것은 서글픈 현실이 이유이다.
그런 작가에게 가정은 행복의 화수분이다.
잘 생긴(얼마나 잘 생겼는지 정말 궁금하다) 데다 공부까지 잘하는 엄친아 큰아들,
어른들의 성화에 계획해서 낳은 늦둥이는 엄친아 형님한테 밀려날 수밖에 없지만 늦둥이의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이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웃게 만든다.
늦둥이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인간이다. ㅎㅎ
아들 둘과 함께 살아가는 집안을 상상해서 무엇하나.
안 들어도 오디오요, 안봐도 비디오다.
하루 종일 직장에서 돈버는 남편과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좋은 소리를 듣지만, 하루종일 치다꺼리하는 아내의 목소리는 동네에서 가장 클 수밖에 없는 현실, 어린 아들을 잡을 때는 그나마 참았지만 아들들의 머리가 클수록 남편에게 퍼부을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역시 우리 집이나 작가의 집이나..
우리 집과 다른 점도 물론 있다.
먹고살아야 한다는 이유로 나는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 신경을 쓰지 못했다.(그건 아마 무지함이다)
공무원의 월급으로도 자식을 위해 과감하게 들이붓는 모습에 감동하며 나와 다름을 인정한다.
그렇게 정성을 쏟은 아들답게 잘 컸다.
글을 읽으며 혼자 킬킬거리며 웃다가 소리 내어 책상을 두드리며 웃다가 어느 순간 가슴이 뭉클 차올라 눈물을 흘리며 읽었다.
딸이 없는 집의 풍경, 아들이 없는 집은 절대로 알 수 없는 일들이 나를 책 속으로 끌어들이고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한다.
사근 거리며 다정하게 안기는 딸이 없어도, 무뚝뚝하며 침묵하는 아들의 깊은 속정이 부모님을 위로함을 안다.
같은 집에서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아버지가 보는 눈과 엄마가 보는 눈은 다르다.
아버지의 입장에서 쓴 글을 읽으니 엄마의 입장에서 쓰면 좀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성적인 남자와 감성적인 여자의 차이가 아닐까?
이제 장성한 두 아들의 앞날이 기대되며 그들의 삶이 또한 궁금해진다.
좋은 직장에 취업한 빈이는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할 즈음,
하늘위에 떠 있는 집을 바라보며 작가는 한숨을 쉬다 땅이 꺼질 수도 있고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할 준이는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느라 훤한 모습이 퀭해질지도 모르겠다.
두 아들이 결혼을 하고 이쁜 며느리들이 집안에 들어온 어느 날의 명절엔 나무가 우거진 산에 이름모를 꽃들이 피어나고 새들이 지절대어 작가는 손님인 듯 어색하여 눈치껏 웃으며 눈치껏 심부름을 할 것이며, 엄마는 말이 조금 줄어들 것이며 목소리가 한톤 정도 낮아질 것이며, 우둑하던 두 아들은 조금 수굿해질 것이다.
그리하여 지금과는 조금 더 완성된 가정으로 그만치 더한 사랑으로 뭉쳐지리라.
남자와 여자의 비율이 맞춤한 모습으로 보들보들한 가정이 될 것을 기대하며 상상하니 내가 즐겁다.
'소소한 이 책의 내용이 아이를 품고 있는 풍족하지 못한 젊은 부부의 육아에 작은 보탬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바람처럼, 아이로 인해 믿어지지 않는 현실의 젊은 부모가 읽고 따뜻한 마음으로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면 좋겠다.
그리하여 바로 세워지는 자녀들이 세상을 지배하면 좋겠다는 것은 나의 바람이다.
나의 두 아들에게 먼저 선물해야겠다.
그래서 멋진 아빠가 되었으면 좋겠다.
성석제, 이기호, 한창훈의 글을 읽는 기분이다,
유쾌하며 발랄하며 때론 신랄하며 진심에서 나오는 진솔함이 사람 사는 세상을 보여준다.
박상길 작가는 내 오랜 남사친이다.
블로그에서 처음으로 만난 남자 사람 친구이다.
블로그 외에는 아는 것이 전혀 없는, 어쩌면 블로그로 인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앞으로 좋은 詩와 글을 기대해 본다.
참, 책 뒤표지에 내가 쓴 댓글이 실렸다.
동생 제비꽃의 댓글도 함께..
신난다!
강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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