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빌라
백수린 / 문학동네
백수린이 2011년 등단 소감으로
"인간에 대해 잘 이야기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라고 했단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는 내내 사람 냄새가 풍기고, 사람 살아가는 빛이 보였다.
자극적이지 않고 위태롭지 않고, 아슬아슬한 마음을 안정시켜 줌으로 평안을 맛보게 했다.
그만치 이 시대는 위태롭고 아슬아슬하고 긴장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날마다 범죄는 수위를 높여가고,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매일매일 쏟아진다.
마음 놓고 살아갈 수 없는 세상, 용기 있게 덤비지 못하고 그 자리를 피해야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세상,
그런 불안한 세상을 산다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백수린은 자신의 다짐을 잊지 않고 인간에 대해 잘 이야기한다.
그래서 내용이 따뜻하고 다정하고 위로가 되며 소망을 갖게 한다.
시간의 궤적
여름의 빌라
고요한 사건
폭설
아직 집에 가지 않을래요
흑설탕 캔디
아주 잠깐 동안에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
중단편을 묶어서 낸 소설은 어딘지 묘하게 이어지는 듯하다.
소설에 등장하는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남편과 아내 그리고 자녀들,
다시 태어날 아기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이 가정을 중심으로 써 내려간다.
당당하고 멋진 아버지, 알뜰하고 헌신적인 어머니, 외국인 이웃과 외국에서 만난 이웃사촌들..
할머니 역시 구태의연한 노인이 아니라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내며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시대를 대변하는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이 골고루 들어있다.
해외특파원으로 프랑스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중 아이들이 겪는 일, 할머니가 견디어가는 일,
해외여행 중 가치관의 차이로 인해 결국 삐그덕 대는 사람과의 마찰,
재개발을 노리고 이사를 해 불편함 중에서도 재기를 꿈꾸는 사람,
이성에 대한 설렘과 모범생이 꿈꾸는 일탈...
글을 읽으며 조바심하는 나를 비웃듯이 소설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이어가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더라도 실망시키지 않고 온전한 따뜻함을 느끼게 해 주니 좋다.
마치 박경리, 박완서 선생님들처럼 사람 사는 세상의 따뜻함을 이어가는 것 같아서 좋다.
그중에도 '흑설탕 캔디'가 가장 재미있고 내 마음을 붙들었다.
백수린,
앞으로 좋은 독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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