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세현에게

생일 축하^^

여디디아 2021. 4. 16. 09:34

세현이를 상징하는 라일락 
딸 바보, 아빠 바보!!

 

사랑하는 세현아^^

 

생일을 진심으로 기뻐하며 축하한다!

 

며칠 전부터 네 생일이 자꾸 생각나더구나.

너를 낳던 88년 4월 16일 밤은 왜 그리도 길고 아팠던지.

초저녁부터 진통이 와서 주권량 산부인과에서 고통하는 나를 보며 주현이는 작은 손을 모아서

"우리 엄마 안 아프게 해주시고 동생이 빨리 나오게 해 주세요"

라며 기도를 하곤 정릉 할머니네로 갔었지.

 

할머니네 간 주현이가 지금의 지유보다 4개월쯤 지났을 때였으니 주현이도 아가였어.

정릉에 간지 이틀 만에 길을 잃어서 정릉 한옥집의 골목을 헤매고 다녔다는 말은

지금 생각에도 한겨울 얼음판에서 찬물을 끼얹는 것 같은 두려움이고 아득한 일이다.

산후 간호를 위해 미리 오신 외할머니가 해산을 하러 가는 나를 위해 찰밥을 해주셨는데 그 밥이 질퍽해서

엄마한테 짜증을 냈던 일이 부끄럽고 민망하다 못해 울고 싶어 진다.

그 오만함과 자만함이라니...

세상 어디서 그런 갑질을 할 수가 있겠니?

 

너를 낳고 집에 오니 석관동 손명숙이네 마당에 라일락이 어찌나 화사하게 피었던지.

라일락 향기가 좋다고 하는데 어려서부터 코가 이상한 나는 지금도 라일락 향기를 느끼지 못하는구나.

평내동 양지아파트에 살 때 아침 출근길에 너와 함께 발자국을 세면서 평내초등학교 앞으로 오곤 했었잖아.

그때 내가 "너를 낳고 오니 마당에 라일락이 한가득 피어 있어서 그때부터 라일락이 좋더라"라고 했었지.

그날 저녁 퇴근을 하니 라일락 꽃을 꺾어다 화장대 위에 꽂아 놓았더구나.

 

봄이면 라일락꽃 향기가 궁금해지고

4월 16일이면 너를 얻은 기쁨에 나는 세상을 가진 듯한데..

몇 년 전부터 마음 놓고 기뻐할 수도 없구나.

내게 이런 기쁨이 있을진대

차디찬 바닷물에 자식을 묻은 많은 엄마들의 그 마음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을까 말이다.

 

오늘 내게 기쁨과 감사가 넘치는 만치

어딘가에선 엄마들이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한 채 고통의 날들을 보내고 있을 거야.

4월 16일이 그리 되었구나.

 

사랑하는 아들 세현아^^

 두 아들과 며느리,

세상 무엇으로도 비교할 수 없는 인아와 지유로 인한 감사와 기쁨이 내 삶을 빛나게 한다.

 

생일 축하하며 사랑하고 축복한다.

 

2021년 4월 16일에  어쩔 수 없이 늙어가는 엄마가^^

 

'사랑하는 세현에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일 축하^^  (12) 2024.04.16
독일에서 준후와 세현  (0) 2019.10.23
결혼1주년 축하  (0) 2017.12.19
공기청정기  (0) 2017.06.13
김세현 결혼  (0) 2016.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