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세현에게

공기청정기

여디디아 2017. 6. 13. 16:13

 

 

 

 

 

 

 

사랑하는 세현이와 선아^^*

 

참 고맙다.

무슨 말로, 어떤 표현으로 내 마음을 전해야 이 마음을 고스란히, 하나도 부스러지거나 떨어트림 없이, 흘러 내림없이  너희들에게 전해질까.

간절하고 애틋한 내 마음을 표현할 수가 없구나.

 

열흘간의 병원생활로 해다 바치는 밥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편안하게 지냈지만

내가 편안했던 그것만큼 가족들은 또 그에 버금가는 수고를 했을테지?

혼자서 사무실에, 집에, 병원에 들락거린 아빠도 몸살을 일으킬 정도였고,

시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에 성희는 작은 몸으로 아이를 돌보고 여러가지 바쁜 중에도 반찬을 만들어 오고,

근무시간이 끝나기가 무섭게 너와 선이는 병원으로 두서없이 달려오면서도 입 맛을 잃은 나를 위해 내가 좋아하는 옥수수까지 챙겨오고..  

 

엄마가 감기로 병원에 입원까지 한 바람에 자식들이 생각이 많았던가 보다.

주일 날, "엄마 집에 가서 밥이나 먹고올께요" 라는 말에 고기와 상추를 준비하고 귀찮은 마음에 열무김치와 오이소박이를 하고 싶었지만 솟구치는 마음은 고단한 몸을 이기지 못해서 그냥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채로 있었더란다.

식사 중에 누군가 현관벨을 울렸고, 배달올 것이 없다는 내 대답에 얼른 나가던 네가 커다란 박스를 밀고 들어오며 환하게 웃더구나.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는 나에게 박스를 열자 공기청정기가 떡~~ 하니 버티더구나.

그 순간 얼마나 놀랐던지.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한가지 결심을 했었단다.

이번에 퇴원하면 무조건 공기청정기를 구입해야겠다고...

퇴근 후 집에 들어오면 현관문을 열기가 바쁘게 나를 반기는 것은 담배연기였거든.

자욱한 담배연기가 고스란히 내 몸 속으로 스미면 나는 순간 어질거리는 몸을 가눌 수 없었단다.

특히 이번 감기로 기침이 심할 때는 하루에 한갑을 피워대는 할아버지가 얼마나 원망스럽던지.

집이란 가장 편안하고 쉼을 얻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내게 언제부턴가 집은 고통스러운 공간으로 바뀌고 말았구나.  

 

퇴원을 하고 집으로 와서 공기청정기를 알아보는 중이었단다.

생각보다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여기저기 알아보는 중이었는데 그런 내 마음을 알기나 하듯이 이런 선물을 가져왔더구나.

혹시 내가 너한테 공기청정기가 필요하다고 얘기했었는지, 

무심코라도 공기청정기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나 싶어서 몇번이나 물었지만 아니란 대답에 안도했었단다.

 

내가 살아본 결과는 시부모님께 뭔가를 사드린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더라는 사실이야.

물론 매월 드리는 생활비가 나를 옭아매는 밧줄이기도 했고, 시도때도 없이 챙겨야하는 일들이 다른 것을 생각하기 보단 속에서 넘쳐나는 분노를 삭히기도 힘든 치열함 때문이기도 했지.

 

친정어머니 호흡기가 약해서 걱정하는 선이가, 행여라도 내가 폐가 나빠질까봐 공기청정기를 샀다는 말에 얼마나 고맙던지.

거실로, 방으로 끌고 다니며 공기를 측정하는 모습도 참 보기에 좋았고 넘치는 기쁨이란걸 알고 있니?

 

아들도 이런 선물을 하는구나.. 싶어서 의기양양해지더구나.

딸들은 부모님께 눈치껏 이런저런 선물을 하지만 아들들은 세밀하지 못해서 그런 기쁨을 누릴 기회가 적은데

며느리를 통해서 아들 둔 엄마의 어깨에 다시한번 힘이 들어가게 하고 착한 며느리에 대한 감사가 자랑으로 이어지게 만들구나.

 

사랑하는 세현이와 선아^^*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

그 귀한 마음을 내가 기억하며 날마다 때마다 기도할께.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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