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세현에게

상견례

여디디아 2016. 9. 6. 20:20

 

 

집을 나서며.. 안경을 끼면 좀 젊어보이고 세련되어 보이기도 하는데, 못된 시어머니 같을까봐 걱정.. 벗고나니 푸근해 보이는데 촌스러움이.. 결국 꼈다.

 

한채당에 미리 도착하여 父子가 찰칵^^

 모모처럼 미장원까지 다녀왔으니 웬쑤끼리 한장^^ 

한채당 뒷뜰...

 

 

 

 

아들 둘 낳았다고 세상을 다 가진줄 알았던 지난여름에 마련했던 파란 원피스처럼 푸르기만 하던 청춘은, 

염색하지 않으면 어느 한자리 나설 수도 없이 희끗해진 머리카락만치 흐려지고 희끗해졌다.

때가 되면 염색을 해야하고, 나설 자리 나서지 않을 자리 분간없이 시도때도 없이 한마디씩 거드는 것은

누구의 삶이든 염치없이 끼어드는 꼴이 꼭 식탁앞에서 입에 맞는 반찬에 젓가락을 들이대는 꼴인 것을 보니

겉모습이 아무리 아니라고 입에 발린 말을 들어도 어쩌지 못하고 나는 늙어가는 중이고, 할머니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아들 둘이라는 이유로 전셋방을 구하기도 어려웠던 젊은 날,

역시 아들 둘이라는 이유로 주인집의 수돗세까지 고스란히 떠안으면서도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떨리는 마음이 들킬까봐

웃음까지 지어가며 떨리는 손을 감추며 다소곳이 돈을 내밀던 일들,

일년이면 어김없이 올려달라는 방값은 통장에 들어있는 숫자가 쫓아갈 수 없어 다시 이골목 저골목으로 방을 구하러 다니며 아들 둘이 있다는 사실이 마치 죽을 죄인이라도 되듯이 눈치보던 그때,

모든 눈치를 받아가면서도 마음속에 든든하게 자리하던 두 아들들이 나를 견디게 했었다.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2년이 넘는 군대생활까지 마치는가 했더니 어느새 사돈의 팔촌이 되고,

이젠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가 되어 나를 잠시 외롭게 한다.

아직 어리기만 한 줄 알았던 세현이가 12월 17일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유학을 가기 전에 친구의 소개로 만난 여자친구,

중국어를 전공하여 중국은행을 거쳐 지금은 중국을 상대로 하는 무역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12월이라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여름은 물러날 때가 되었음에도 머뭇거리고, 그런 머뭇거림 사이에 가을은 마치 도둑처럼 소리없이 다가들고 있다.

추석을 넘기기 전에 상견례를 하는 것이 예의인 것 같아서 날을 잡았고, 좋은 만남, 반갑고 기쁜 만남을 위해 기도하며 준비한 9월 3일 오후 5시반,

 

미사리에 있는 한채당 한정식에서 사돈될 분들을 뵈었다.

선이 아빠는 울서방 보다 한살이 아래이고, 선이엄마는 나보다 한살이 위였다.

그래서인지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었고, 낯설지가 않았다.

물론 처음엔 어색해서 쭈볏거렸다. 그또한 상견례의 예의가 아니겠는가. ㅋㅋ

식사 중에 주현이가 밖으로 나가서 계산을 하려니 세현이가 이미 계산을 했더란다.

식사를 마치고 뒷뜰에 있는 의자에 8명이 앉아 커피타임까지 가졌다.

멋지게 차려 입은 주현이가 커피를 대접하는 것을 보니  딸만 둘 있는 선이네 가족앞에서 보이지 않는 교만함이 마귀처럼 내 마음에 잠시 머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은 딸 둘이 얼마나 엄마에게 든든하고 편이 되는지, 은근 부러운 것을 보니 질투가 아닐까?

 

서로 부담가지지 않고 간소하게,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기로 의견일치를 보았다.

남은 날들도 서로에게 부담없기를, 그 누구도 마음 다치지 않기를 기도한다.

 

좋은 분들과의 만남이, 낯선 두 가정이 만남으로 새로운 가정을 세워간다는 사실이 축복이 아닐까.

 

새신랑처럼 멋진 세현이와 동생을 위해서 역시 새신랑처럼 차려입은 주현이가 내 눈엔 최고로 보였다는 팔불출의 엄마이다.

인아가 새벽부터 열이 많이 올라서 응급실을 다녀오고 오후내내 열이 내리지 않아 성희와 인아가 참석하지 못해서 아쉬웠다.

 

미사리 한채당 한정식

 분위기도 좋고 서비스도 좋고 음식도 좋았다.

45000원 하는 비싼 음식을 먹었는데도 배가 부르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음은 왜일까??? ㅋㅋ 

 

 

열이 40도를 오르내리고 결막염에 장염까지 덮친 인아, 주일저녁에 입원했다가 오늘오후에 퇴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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