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세현에게

독일에서 준후와 세현

여디디아 2019. 10. 23. 10:15

 

 

 

 

 

 

 

 

 

 

 

 

 

 

우리 부모님은 슬하에 2남 5녀를 두셨다.

아들 딸 아들 딸... 아들 차례에 셋째딸인 나로부터 아래로 두 여동생까지... 

막내(제비꽃)를 낳은 후 엄마는 이불로 애를 덮었고, 아버지가 깜짝 놀라서 이불을 밀어내고 막내딸의 호흡을 멈추지 않게 하신 일은 우리가족 대대로 내려오는 전설이 되었고, "내가 막내딸 저거 없었으면 무슨 재미로 살았을꼬"를 되풀이 하시던 엄마의 후회와 미안함은 정신이 멀쩡하시던 순간까지, 막내에 대한 죄책감으로 이고 지고 안고 사셨다.

 

7남매에서 이어진 조카들이 15명,

아들과 딸들이 섞이고 여기저기 흩어져 살다보니 모두가 내 자식같은 애틋함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막내와는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같은 곳에서 살다보니 누가 뭐라고 할 것 없이 미운정 고운정이 들어서 조카란 개념 보다는 그냥 이 집에 추가로 둘이, 저 집에 추가로 둘이 있다는 생각으로 동생과 살았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특히 주현이와 준경이는 맏이라는 이유로, 세현이와 준후는 막내라는 동질감으로 서로 잘 통하고 잘 챙기며 편을 들어주기도 한다.

우리 아들들이 결혼을 할 때는 동생이 마치 엄마가 된 듯이 이것 저것을 챙겼고, 손녀들이 태어날 때는 역시 같은 마음으로 기도하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훌쩍훌쩍 커버린 아이들이 각자의 길을 가고, 자신의 자리를 노력한 만치 꿰차고 앉는 만치, 나도 그만치 늙었고 동생도 그만치 늙어가고 힘이 없어졌다는 사실이다.

 

서초동 대**청에 다니던 준후가 문득 독일로 공부하러 가겠다는 말에 충격을 받지 않은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곳인데 그냥 눌러서 편안하고 안일하게 직장생활이나 하지.. 싶은 마음이 80%였지만, 이미 아들을 경험한 나였기에, 응원할 수 밖에 없었고 동생 역시 '결혼 전'이란 단서를 확실히 하고서야 떠나는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음을...   

 

아무도 모르는 넓은 독일의 비행장에 내려서 두리번거릴 조카를 생각하니 마음이 짠했지만, 잘 지낸다는 소식이 안심이 되기도 했었는데...

세계 여러나라로 출장을 다니던 세현이가 독일로 출장을 간다는 소식이 주말에 들려오는가 했더니 어느날 새벽에 준후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야윈 준후의 모습이 마음을 아프게 하고 짠하게 한다.

내 마음속에 있던 준후의 존재가 이렇게 컸던가? 싶을만치 마음이 애잔하고 짠하여 울컥하다.

서방에게 준후의 야윈 모습을 보여주며 안타까워 했더니, "외국에서 이 정도면 괜찮다"는 말에 살짝 위안이 된다.

학원을 다니며 공부를 하는 준후가 4시간을 달려서 형을 만나러 왔으며, 둘이 관광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이틀동안 함께 잠을 잤다고하니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지.

준후가 한국 말이 얼마나 그리웠으면 한국말을 실컷해서 좋다고 하니..

나름 향수병을 앓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이맘때쯤 형을 만나서 마음을 달랬으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이모가 나한테 잘해 주었는데 내가 더 잘해야지"라는 세현이의 문자에 감사하다.

세현이가 아기를 낳았다는 소식에 감사해하며, 1개월이 되었을 때 아가의 백일반지를 준비하고, 백일이 지나고 난 후 돌반지를 주문했을만치 세현이에 대한 이모의 마음은 엄마 이상이다.

학생 때부터 내가 모르게 이리저리 찔러주고 쑤셔준 손끝을 세현이가 잊지 않았음이 얼마나 고마운지.

이제 어른이 되어 동생을 챙기며 이모에 대한 사랑의 빚을 갚을 줄 아는 세현이가 너무나 고맙기만 하다.

주말을 함께 보내고 용돈까지 쥐어서 보냈다는 세현이와 그런 형이 있어서 든든할 준후,

열심히 공부하여 이루고자 하는 일을 이루어낼 준후를 기대하니 이 또한 커다란 기쁨이다.

 

남은 출장도 잘 마무리하고 건강하게 돌아올 세현이를 위하여 기도하며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의 고달픔과 외로움을 뛰어 넘으며 내일을 향하여 열심을 다할 준후를 위하여

내가 할 일은 간절한 기도임을 잊지 않는다. 

 

김세현, 김준후...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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