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태어나서
(나의 살아온 이야기)
정주영 / 솔
강원도 통천군에서 6남2녀의 장남으로 태어난 소년은 부지런하고 근면성실한 농사꾼이신 부모님과 유년시절을 보낸다.
봄여름가을겨울 어느 한때를 쉬지 않고 일만 하시는 부모님의 수고에 대한 댓가는 늘 보잘것 없는 먹고 사는 것에 대한 허덕임 뿐이었다.
농사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소년은 청년이 되기 전에 가출을 감행한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란 불을 보듯 뻔한 현실 앞에서 장남의 고생이 안쓰러운 아버지는 소년이 가출할 때 마다 다시 집으로 데려오기를 세번, 청년으로 들어서기 시작한 열아홉의 남자는 친구에게 돈을 빌려 네번째의 가출을 감행한다.
공사장에서, 엿 공장에서 그리고 쌀 가마니를 지고 배달까지 하면서 그는 가난에서 탈출하고픈 마음으로 묵묵히 황소처럼 일을 하며 근검절약을 생활화 한다.
부모님에 대한 존경과 형제들에 대한 애틋함, 이웃에 대한 긍휼함과 국가에 대한 책임이 한순간도 그를 놓지 않았고 그로인해 오로지 일에만 매달려 나만 아니라 '우리'를 살리는데 불도저 같은 강력한 힘으로 밀어 붙힘으로 결국 우리에게 세련되고 안녕한 '오늘'을 든든한 반석위에 있게 해준 분이 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님이시다.
이 책은 그분의 일대기를 그린 글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위인전을 읽을 것을 강요당했다.
세계의 위인부터 한국의 위인까지, 위인전을 섭렵해야만 바른 국민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처럼 위인전은 방학과제물의 필수였다.
평소 책을 좋아하는 나 역시 자의든 타의든 많이 읽었다.
흙수저만 겨우 가지고 태어나 어려운 시기와 가난한 삶을 살아온 나이기에, 이 글을 읽으며 세상 어느 위인보다 더욱 위대한 인물이 바로 이 분이다는 확신이 든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필독서로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국가를, 기업을, 이웃을, 나를 재조명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이 땅에 태어나서, 나의 살아온 이야기'를 읽으며 말할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감동과 감격, 믿기지 않는 일들과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책을 읽는내내 가슴을 울렸고 그럴 때마다 표지에 있는 사진을 들여다보곤 했다.
흰모자아래 드러난 뿔테안경과 작은 눈, 고르게 배열된 치아, 어쩌면 수많은 햇볕이 무방비상태인 얼굴을 향해 쏟아 부었을 얼굴엔 검은 점들이 가득하게 펼쳐졌는데 그 중 가장 강렬한 것은 해맑은 미소이다.
어쩌면 저렇듯 사심없이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지을 수가 있을까.
미소속에 들어 있는 오만가지의 의미를 혼자서 생각해 보다가 다시 글을 읽곤 했다.
욕심없는 마음, 나 보다 남을 생각하는 너그러움, 용서와 포용, 모든 죽어가는 것들이 살아 숨쉬길 바라는 숭고한 마음을 가져야 지을 수 있는 미소가 아닐까 말이다.
어떻게 한 사람의 마음 속에 이렇게 커다란 생각이 품어져 있으며, 작은 몸체로 감당할 수 없는 그 어려운 일들을 이루어 냈는지 읽으면서, 눈으로 보면서도 믿겨지지 않는다.
책임감으로 가득찬 아버지를 뵈면서 그의 마음엔 나에 대한 책임과 가족에 대한 책임만이 아니라 국가에 대한 책임까지 가슴 속에 품었고 '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지는 자본금'이란 확고한 신념으로 한시도 게으르게 보내지 않은 근면성실함,
'더 하려야 더 할게 없는, 마지막까지 다하는 최선, 이것이 내 인생을 엮어온 나의 기본이다'(p.35)
기본적으로 이 마음을 품고 오직 일에만 전념한 그가 오늘날 '現代'를 세우기 위한 노력을 나로서는 상상조차 어렵다.
공사장을 거쳐 엿공장으로, 다시 쌀집 배달원에서 쌀집 주인으로, 자동차 수리업에서 자동차 회사를 시작으로 건설업과 중공업과 조선소와 병원과 학교에 이르기까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회사를 세우며 일으킨 과정들이 때론 숨막히는 긴박함으로, 때론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처럼, 때론 독자까지도 놓아버리고 싶을만치 억울함으로, 결국엔 말할 수 없는 뿌듯한 자부심으로 다가온다.
'기업이란 냉정한 현실이고, 행동함으로써 이루고 키워 나가는 것이다. 그저 앉아서 똑똑한 머리만 굴려서 기업을 키울 수는 없다. 똑똑한 머리만이 아니라 몸소 행동해야 한다. 일을 만들기 위해 누군가를 만나야 할 때,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벌떡 일어나 뛰어나가는 사람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미적미적 한 시간, 두 시간, 혹은 하루, 이틀 뒤로 미루는 사람이 있다'(p.81)
무슨 일이든 좋은 생각이 있으면 주저없이 달려가는 그의 행동이, 똑똑한 머리로 머리만 굴리지 않았기에 직원들도 최선을 다하며 그를 따르고 일을 했을 것이다. 물론 오늘날의 직원들은 절대로 이렇게 일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도 알고 지금의 나는 더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정치인과 기업인과 국민들도 믿지 않았던 주베일산업항 공사는 전 세계에 대한민국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현대가 세계로 향하는 첫 관문이 되기도 했다.
차관으로 인해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는 최선을 다하여 주베일산업항 공사를 맡아 훌륭하게 마무리지었다.
죽을 힘을 다해 노력을 하여 회사를 키우고 국가의 위상을 드높여도 세상은 순수하게 받아주질 않는다.
'정부는 기업을 자기네 정권의 민심얻기 재료로나 쓰고, 언론은 옥석을 가리지 않고 질타했고, 순진한 국민은기업이 얻어맞으면 박수만 쳤다'(p.97)
누구나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우셨을까를 생각하니 마음이 싸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운한 것에 마음을 매달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오뚜기 같은 그의 강인함이 감사하다.
'나이를 먹으면서, 또한 하는 일이 달라지거나 커지면서 생각의 테두리도 점점 커지는 것이 아닐까? '현대건설은 국가와 더불어 성장한다'는 목표가 내마음속에 심어진 것은, 굳이 시점을 집어내라면 아마도 6.25피난 시절 무렵부터였을 것이다. 만약 내 이익만을 추구하면서 오늘까지 왔다면 도저히 지금의 '현대건설'만큼 성장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p.105)
진정으로 '나'의 富와 명예만을 생각했다면 지금의 '현대'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고 그것은 우리에게 엄청난 손실이며 현재의 우리의 삶도 지금보다는 많이 핍절했을 것을 말해 무엇하랴. 국가에 대한 충정과 사랑을 알게하는 말이다.
1966년도 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마무리 한 후 박정희대통령과의 만남에서 '경부고속도로'에 대한 제안을 받게 된다.
박대통령의 공약으로 제2차 경제개발5개년계획 중에 대국토개발사업의 하나로 경부고속도로를 내놓았고 현대건설은 박대통령의 뜻을 따라 고속도로를 세우게 된다.
여전히 정치 경제 사회에서 반발하는 목소리와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왔지만 오직 국가와 민족을 위한 사심없는 생각의 박대통령과 대통령의 생각에 감동한 그는 고속도로를 건설하여 국가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게 되었다.
또한 88서울올림픽을 계획한 박대통령과 서울올림픽 유치를 위한 피나는 노력은 우리가 몰랐던 끈질긴 노력의 산물이다. 일본으로 확정되다시피 한 일을 현대 임직원들과 가족까지 합세함으로 결국 대한민국에서 개최했으며 적자가 아닌 흑자로 남을 수 있었던 것도 현대가 물심양면으로 큰 힘이 되었기 때문인 것을.. 나는 몰랐다.
순박한 농촌청년으로 오직 꿈과 이상과 성실과 근면이 전부였던 그는 불도저로 불리기도 했다.
'아마도 학교 공부도 거의 없는 못 배운 사람이 무슨 일에든 덮어놓고 덤벼들어 곧장 땅 파고 기둥 박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처럼 보이는 내 일 스타일을 평하고픈 이들에게서 나온 것이 아닐까..... 중략
내가 학식이 없는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학식이 없다고 해서 생각도 머리도 지혜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인간이 가진 자질과 능력에 대한 평가를 학교에서 배운 학식의 부피나 깊이만으로 내린다는 것은 크나큰 오류이다'(p.233)
'현대그룹'이라는 기업을 세우기 위해선 인맥이나 혈연, 학벌이나 학연, 정경유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보통사람의 수준을 한번에 불식시키는 것이 아닐까.
학식이 사람을 부지런하게 만들지 않고 학벌이 게으름을 없애는 것은 아니다.
머리와 지혜 그리고 스스로 움직이는 행동과 열정과 헌신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조건이어도 이룰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망각한다.
그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들의 정신자세가 중요하다고 일침한다.
'내가 태어나 살고 일하고,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내 나라를 위해서 정부가, 사람이, 군력이, 마음에 들건 안 들건 조국은우리들의 것이며 우리 후손들의 것이다. 조국은 날마다 발전, 번영하면서 영원해야 한다'(p.292) 는 글을 읽으며 나는 눈물을 쏟았다.
빈 손으로 시작한 그의 재산은 신용이며 신용이란 나무처럼 자라는 것이며 또한 신용이란 명예로운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신용만 있으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신용을 얻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며 실제적인 행동을 보여야 하는지는 우리가 살면서 얻게되는 진리이다.
그에게 첫째가는 스승은 부모님이셨고 둘째 스승은 책읽기였다고 한다.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존경은 그에게 기본이었으며 바쁘고 힘든 중에서도 책과 신문을 놓지 않음으로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바라본 것이다.
한순간도 머물지 않고 새로운 일을 찾으며 도전하며 행동함으로 대한민국의 번영과 발전에 큰힘이 되었으며 오직 '나'만의 안녕이 아니라 '우리'와 '국가'의 번영을 위하여 최선을 다한 그의 삶이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그의 소망대로 그분이 대통령이 되셨더라면 대한민국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싱가포르의 청렴한 정치를 부러워하며 대한민국에도 거짓이나 개인적인 욕심 대신 청렴한 나라로 거듭나서 부정과 부패가 없는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했던 마음은 누군가에게는 욕심으로, 누군가에게는 노망으로 보였을지 몰라도 국가를 바로 세우고자 했던 그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한날 한시도 평안함이 없고 정치인들은 부패할대로 부패해져 누구하나도 믿을 수 없는 작금이 대한민국을 보며 가슴을 치며 통탄하시진 않으실까?
'현대'의 목표는 시종일관 해외 시장에서 벌어들여 우리나라의 부를 창조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현대'가 계속 커 나가는 것에 대해서 자부심을 느끼지 부끄러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또한 앞으로도 계속 커 나가 세계적인 규모의 기업과 어깨를 겨루는 '현대'가 되는 것이 나의 소망이다.
제발 이제부터는 국민 단합과 국가 경제 발전에 재 뿌리는 짓일뿐 백해무익한, 기업 제물 삼기는 다시 없기를 바란다'(p.377~378)
어쩐지 이 말이 그분의 유언 같다.
이 책을 읽으며 기업에 대해서, 정부에 대해서, 정치에 대해서 알지 못했던 부분들을 많이 깨닫게 되었다.
'기업이 있어야 우리가 편안히 살아갈 수 있다'는 사고는 가지고 있었지만 기업이 당하는 애로사항을 알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국민들도 무조건 기업에 대한 비판을 일삼지 말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고와 헌신을 들여다 볼 줄 알았으면 좋겠다.
또한 정부는 기업을 자신들의 재료로 이용하여 공은 정부가, 실은 기업에게 떠넘기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기업이 든든해야 국가도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음을 깨달았으며 한 사람의 선한 영향력이 수많은 사람의 삶의 질을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2월 중순 어느날인가 모르겠다.
인터넷에서 아산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정주영의 '이 땅에 태어나서'를 읽고 독후감을 쓰는 대회가 있다.
1등 상금이 1천만원에 최하 3백만원까지..
코로나 19로 인해 어려운 시기에 '어쩌면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시는 기회인가?' 싶은 욕심에 눈이 번쩍이고
바로 책을 주문하여 일주일간 심혈을 기울여 읽었다.
나는 간절했고 절박했다.
첫째 돈이 필요하고 둘째 나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가 쓰는 독후감이 제대로 된 것인가?'라는 마음...
기도하며 읽고 쓰고 메모하며 최선을 다했다.
일반부는 A4 4장 내외라는 부담이 있어서 거의 한나절(2~3시간)을 썼다.
그리고 꿈에 부풀어 기다리는데 어제 문자가 왔다.
<아산재단 독후감 대회 심사결과 안내>
아산 정주영 20주기 추모 독후감 대회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재단은 소설가, 문학평론가 등으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하여 1,2차 예심과 본심 결과를 진행하였습니다.
심사결과 귀하께서는 수상의 기회를 드리지 못하였습니다.
많은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당연한 결과이다.
이왕이면 맨 마지막 자리에라도 이름을 올렸으면 좋았을 것을.. ㅋㅋ
이노무 공짜는 언제까지, 어디까지 바랄 것인가.
덕분에 정주영 회장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어서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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