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기욤 뮈소 / 윤미연 옮김 / 밝은 세상
책꽂이에 꽂힌걸 보니 아마 주현이가 읽은 책인가 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나 기욤 뮈소의 책을 자주 읽었는데 나와는 좀 안 맞았다.
부모 자식이라고 해서 모든 게 찰떡처럼 궁합이 맞을 리가 없다.
요즘 '구해줘'라는 말이 TV에서나 인터넷에서 많이 들은 거 같다.
한번 읽어볼까... 싶어서 집었다.
역시 나와는 코드가 다르다.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가 없다.
처음엔 줄리에트란 프랑스 여자의 삶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고,
샘 갤러웨이란 남자의 삶 또한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단 몇 초간의 짧은 스침을 통해서 불타오르는 사랑을 나누고, 프랑스로 돌아가려던 비행기 안에서 이륙 몇 분을 남기고 샘을 만나기 위해 비행기에서 내린 줄리에트의 사랑도 이해할 수 있고 어쩌면 미국에서 이루고 싶었던 꿈을 이루지 못하고 패배자처럼 프랑스로 돌아가는 줄리에트에게 다행스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줄리에트가 타고 갈 비행기가 공중에서 사고가 나고 탑승객들이 모두 죽는다.
비행기를 놓친 게으른 사람, 줄리에트처럼 사랑 때문에 직전에 내린 사람,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비행기를 타면서 늘 후회를 하고 다음부턴 직업을 바꾸려는 생각을 하는 사람 등.. 별별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이다.
사고 비행기에서 줄리에트가 내림으로 죽지 않은 사실에 안도하며 기뻐하는 샘 갤러웨이는 병원 의사이다.
어릴 적부터 빈민가에서 마약을 하는 부모님, 마약 심부름을 하는 친구들, 쉽게 마약에 노출되고 그런 세계로 빠져드는 청소년들을 보면서 샘과 페데리카는 마약에 노출되지 않고 성공적인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지나고 결혼을 했다.
부모님의 마약중독과 어머니를 위해 마약심부름을 했었던 페데리카는 결혼 후 자살을 하고 만다.
페데리카의 죽음은 샘으로 하여금 삶에 모든 것에 자신감을 잃게 만들었고 특히 사랑은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다.
샘 갤러웨이와 줄리에트의 사랑은 충분히 가능했고 충분히 행복하고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
여기까지의 내용을 달달한 사랑이야기로 끝이 났으면 좋겠는데 10년 전 죽은 그레이스 코스텔로와 그의 딸 조디, 그를 사랑하면서 고백하지 못했던 마틴 루텔리까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점점 오리무중으로 빠진다.
죽은 사람이 현실로 돌아와 살아있는 사람처럼 말을 하고, 누군가로부터 임무를 받았다는 것과,
그 임무가 샘이 사랑하는 줄리에트를 죽이라는 것 등등
사후세계에 대한 알 수 없는 이야기가 소설의 초점을 잃게 한다.
명확하게 끝나지 않은 채 현실과 저승과의 사이가 뒤죽박죽이다.
이해력이 부족한 나의 한계일까?
그러면서도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흥미로움은 또 무엇인지.
책을 읽고 난 후 남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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