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여기 우리 마주

여디디아 2020. 12. 18. 16:48

2021 현대문학상 수상 소설집

 

최은미 외 / 현대문학

 

 

제66회 현대문학상 수상작

대상: 최은미 - 여기 우리 마주

수상 후보작: 김병운 - 한밤에 두고 온 것 

                박형서 - 실뜨기 놀이

                송지현 - 여름에 우리가 먹는 것

                오한기 - 팽 사부와 거북이 진진

                윤성희 - 네모난 기억

                임솔아 - 단영

                천희란 - 카밀라 수녀원의 유산

 

1년에 몇 번씩 나오는 문학상,

올해는 이상문학상, 황순원문학상이 나오질 않아서 서운했는데 현대문학상 수상집이 나와서 서운한 마음을 달래 본다.

글(소설)은 언제나 그렇지만 시대를 대변한다.

내가 알지 못하는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이 땅에서 가장 '핫' 한 이슈들이 식탁 위에 소복하게 담긴 밥공기처럼 책 속에 들어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속에서 구역질이 날 것 같은 동성애에 대한 내용이 많아 책을 읽는 내내 걱정을 하기도 했다.

내가 사는 세상에서, 내가 모르는 일들이 이렇게 많구나 싶어 '대체 나는 이 땅에서 무엇을 하면서 살고 있나',

 '여전히 나는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내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있는 것일까' 싶어서 의기소침하기도 했었다.

어쩌면 평범한 사람들이 '더불어' 살면서 가장 안전하게 살아가는 것이 내게 주어진 특별한 행복임에도 낯선 것들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 것인지,  때론 구역질이 나고 때론 목이 부러지도록 부러운 내용 앞에서 참견자가 되고 싶었던 것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당연하게 올해의 화두는 '코로나 19'이다.

최은미 작가의 글은 '보내는 이'라는 작품을 읽은 적이 있다.

'여기 우리 마주'와 같은 화법과 비슷한 배경이 설정된 것을 보며 그녀의 작품관을 '건방지게 그려도 보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사람을, 친구를, 아이를 보듬는 성격'일 것 같다는 주제넘음도 가져본다.

 

세상이 온통 코로나  속으로 침몰되어가는 날이다.

'여기 우리 마주'는 주인공 '나리'와 친구인 '수미'의 일상적인 관계를 자세하게 나열하고 있다.

어렵게 시작한 홈공방은 시작하자마자 코로나로 인해 움츠러들고 학원차를 운전하는 '수미'는 나리에게 도움을 주고자 공방에 회원들을 모집하기까지 한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고 우리는 사회적 제약을 받고 규제안에서 통제된 삶을 살아간다.

나와 마주 앉은 누군가가, 내가 마주했던 누군가가 확진자 일지 알 수 없어 마스크를 착용하고 살아가는 오늘들,

나리는 수미와의 관계를 낱낱이 기억하며 그리워한다.

 

결국 확진을 받은 수미와 자가격리에 들어간 나리의 일상은 낯설지가 않다.

누구를 원망할 수도, 어디쯤에서 끝이 날지도 모르는 이 상황은 현재 진행형이다.

마주하지 못하는 우리의 일상이 지난날을 그리워하게 되고, 다시 그런 날이 오기나 할까 하는 불안함,

코로나로 인한 현실을 세밀하게 써 내려간 작가의 솜씨가 뛰어날 수밖에 없다.

 

환한 아침부터 짙은 밤이 올 때까지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이 조금도 과하지 않으며, 모습에서 이미 마음을 드러내는 표현까지 완벽하게 풀어놓은 글에 마음이 아슬아슬해지기도 했다.

 

코로나는 여전히 우리 곁에서 삶을 협박한다.

소설의 내용처럼 언제쯤 '여기 우리 마주' 앉아서 얼굴을 돌리지 않고 웃을 날이 올까.

 

개인적으로 윤성희의 글과 천희란의 글이 좋았다.

이기호 작가가 본심을 심사했다니 반갑다.

물론 자신은 '심사위원으로 맞지 않는다'는 말이 이기호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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